'미안한' 염기훈, 왼발로 세운 수원의 자존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4.09 05: 59

자존심 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마음이 염기훈의 왼발을 달구고 있다.
염기훈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19분 강력한 왼발 프리킥으로 쐐기골을 꽂았다.
브리즈번의 파울로 프리킥을 얻은 염기훈은 후반 19분 조심스럽게 프리킥을 준비했다. 30m정도의 거리였지만 '왼발의 지배자'인 염기훈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그의 왼발을 떠난 볼은 갑작스럽게 휘어지면서 상대 골문을 뚤었다.

염기훈은 브리즈번전 쐐기골과 함께 최근 AFC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에서 5경기에서 매경기 공격포인트와 함께 4골2어시스트의 맹활약을 이어갔다.
지난달 14일 인천과 경기를 시작으로 골-도움-골-도움-골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왼발을 선보이고 있다. 염기훈의 활약과 함께 수원 역시 최근 폭발적인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수원은 최근 5경기에서 매경기 2골 이상을 기록하며 13골을 터뜨려 4승 1무의 막강한 모습을 이어갔다.
서정원 감독은 염기훈의 활약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 감독은 주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잘해주고 있다"며 "염기훈이 경기 때마다 공격포인트를 따내고 있어서 팀 상승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거듭 칭찬했다.
또 경기 상대였던 브리즈번 프란스 티센 감독도 염기훈에 대한 인정했다. 티센 감독은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을 대비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염기훈은 훌륭한 선수다. 전반전에 우리가 염기훈의 세트피스를 못하게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잦은 실수가 일어나면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준비하며 염기훈은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수원 구단의 정책이 바뀌면서 고액 연봉자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 결국 김두현은 성남으로 떠났고 염기훈도 계약을 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구단과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였다. 뒤늦게 팀의 스페인 전지훈련에 합류했지만 염기훈은 왕성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와신상담한 염기훈은 많은 준비를 통해 팀 동료들에게 패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정원 감독과 수원 코칭 스태프도 그의 헌신적인 모습에 주장완장을 달아줬다.
주장이지만 1년 계약을 체결했던 그는 "1년 계약이라서 열심히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내가 전지 훈련에 늦게 합류해서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다행"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염기훈은 "정말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고참이라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면 팀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동료들과 후배들을 봐서라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내 자존심을 세우는 것은 나중일이다. 일단 팀과 선수들이 함께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염기훈은 "공격 포인트에 대해 크게 고민한 적은 없다. 문제는 내가 골을 넣거나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때 팀이 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속내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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