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인내와 뚝심, 이번에도 해답될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09 06: 00

논란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그러나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다.
양 감독은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서 마무리투수 봉중근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리고 봉중근은 올 시즌 다섯 번째 등판 경기에서 천신만고 끝에 세이브에 성공했다. 1사 만루서 상대 타자에게 총알 같은 타구를 허용했으나, 타구가 3루수 윤진호를 향했고, 윤진호는 타구를 잡은 뒤 3루 베이스를 밟아 더블플레이로 경기를 종료시켰다. 야구의 신이 봉중근의 손을 들어준 순간이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봉중근이 오늘을 계기로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정은 이전 네 경기와 다르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1점차 리드를 지킨 게 봉중근으로 하여금 반등의 발판이 되기를 원했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도 “앞으로도 봉중근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며 “지금은 마무리 교체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중근이가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지만 지금 안 좋다고 휴식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봉중근의 보직 전환, 혹은 봉중근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 없음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양 감독의 가슴 속에는 봉중근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란 믿음이 크게 자리했다.

그런데 봉중근에게 붙은 물음표는 그대로다. 실점하지 않고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올렸으나, 이날도 봉중근은 불안한 외줄타기를 했다. 이동현이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 놨음에도 봉중근은 처음으로 상대한 대타 주현상에게 볼넷을 범했다. 이어 모건에게 우전안타를 맞았고, 정범모도 볼넷으로 출루시켜 만루로 궁지에 몰렸다. 마지막 권용관의 타구는 모두가 끝내기 안타라고 느낄 정도로 빠르게 뻗어나갔다.
사실 양 감독의 이러한 인내와 뚝심의 대상은 봉중근 뿐이 아니다. 스프링캠프 MVP로 선정한 내야수 최승준도 꾸준히 중심타선에 배치시키고 있다. 최승준이 8일 한화전까지 26타수 2안타 타율 7푼7리에 머물고 있음에도, 언젠가는 최승준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들었던 타격이 실전에선 나오지 않고 있지만, 결과를 낼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류제국과 우규민의 선발진 공백을 메우고 있는 임지섭과 임정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이 부진했다고 선발진을 재편하지 않는다. 임지섭이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에서 2⅓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 당했지만, 양 감독은 “지섭이가 3경기 중 1경기는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시범경기까지 선발투수로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임정우에 대해서도 “아직 그 누구도 정우의 진짜 능력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까지 몇 번 불펜 등판하고 선발 등판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정우의 기량을 판단할 수 없다”며 임정우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리고 임지섭은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노히트로 선발승에 성공, 그야말로 ‘대반전’을 이뤘다. 임정우 또한 지난 1일 잠실 롯데전에서 4⅓이닝 2실점(1자책), 7일 대전 한화전에선 5⅓이닝 2실점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아직 선발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지난해 선발 등판보다 훨씬 발전한 투구내용이었다. 상대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었고, 볼카운트를 최대한 유리하게 가져갔다. 아직 10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임지섭과 임정우의 최근 활약은 양 감독이 목표로 세운 ‘4월 5할 승부’에 청신호를 켰다.
양 감독은 지난해에도 인내와 뚝심을 바탕으로 기적을 연출했다. 2014년 5월 13일 부임 후 시즌 내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불펜 운용을 했다. 이미 연투한 투수들은 다음날 무조건 쉬게 하거나, 투수들이 불펜에서 몸을 풀 때에도 몇 개의 공을 던졌는지 체크했다. 가령 세 번 이상 불펜에서 몸을 푼 투수는 경기에 투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LG 불펜진은 양과 질 모두에서 리그 최정상에 올랐다. 강한 불펜으로 인해 LG는 경기가 후반으로 향할수록 강해졌고, 수많은 역전드라마를 연출했다.
봉중근이 주춤할 때도 지금과 똑같은 반응이었다. 심지어 봉중근이 2014년 7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저지르자 다음날 양 감독은 “봉중근의 블론세이브는 적절한 타이밍에 봉중근을 투입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고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렸다. 이후 봉중근은 8경기 연속 세이브로 양 감독에게 화답했다.
양 감독의 인내는 이병규(7번)를 차세대 LG 4번 타자로 만들기도 했다. 양 감독은 2014시즌 중반부터 마지막 날까지 이병규를 4번 타순에 고정시켰다. 잦은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던 이병규는 양 감독의 믿음과 함께 잠실 최고 타자가 됐다. 타석에서 부진했던 박경수도 주전 2루수로 낙점, 박경수는 8월부터 공수 모두에서 진가를 발휘했었다. 임정우도 미래의 선발투수라 생각, 신정락이 복귀하기 전까지 임정우를 3개월 동안 선발진에 넣어뒀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순간, 양 감독은 LG를 최하위에서 4위까지 올린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굳이 꼽자면 스스로 조급해지지 않으려했던 것. 꾸준히 참아왔던 게 아닐까 싶다. 많이 참으면 나중에 결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고 답했다.
2015시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에는 양 감독의 인내와 뚝심이 해답일지도 모른다. 봉중근이 반등하고 최승준이 궤도에 오른다면, LG는 투타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누린다. 양 감독의 시선 역시 결국에는 팀이 최상의 결과를 얻는 것에 고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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