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진짜 주인공은 내가 아닌 몸으로 공을 막아낸 김회성이다".
한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35)이 지난 7일 대전 LG전에서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 후 남긴 말이다. 끝내기 안타의 기쁨 속에서도 그는 팀 동료 김회성(30)을 먼저 챙겼다. 끝내기 안타에 이전에 김회성이 9회 수비에서 부상을 무릎 쓰고 실점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김회성은 이날 9회 2사 2루 위기에서 최승준의 강습 타구를 몸으로 막았다. 워낙 빠른 타구에 김회성은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으로 공을 막았다. 뒤로 빠질 수 있는 타구를 앞으로 떨어뜨렸다. 김회성은 오른손바닥옆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한화는 9회 실점 위기를 딛고 11회에 끝내기로 이겼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타박상으로 며칠간 쉬어야 한다. 김회성은 "빠지면 점수를 주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몸으로라도 먼저 막으려 했다. 몸보다 공이 생각보다 더 위에 있었지만 손이 되던 뭐가 되던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다행히 손바닥 옆에 맞아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김회성은 올 시즌 한화의 주전 3루수로 김성근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주전 3루수 송광민을 외야 좌익수로 돌릴 정도로 김회성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개막 첫 6경기에 22타수 2안타 타율 9푼1리에 그쳤다. 특히 득점권 11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5개를 당해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성적이 나지 않아 잠을 못 잤다"며 마음고생을 털어 놓은 뒤 "결국 할 수 있는 건 훈련밖에 없었다. 훈련을 많이 하며 잡생각들을 지웠다. 아침 일찍 나와 방망이를 치니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방망이가 맞지 않아 스스로도 부담감을 크게 느꼈지만, 훈련을 통해 스스로 극복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건의 도움이 있었다. 김회성은 "모건이 저를 많이 챙겨준다. 방망이가 맞지 않아 스트레스 받는 것을 봤는지 힘내라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해 주더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모건과 말은 통하지 않지만 T세리머니만 하면 된다"며 말보다 행동으로 진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회성은 부상을 당한 7일 LG전에서 2루타 포함 시즌 첫 2안타 멀티히트로 타격감 회복을 알렸다. 도루도 성공하며 공수주에서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는 "방망이가 맞으려고 하는데 부상이 찾아와 아쉽다. 그래도 오래 갈 부상은 아니라 다행이다"고 웃어보였다. 모건의 따뜻한 격려와 맹훈련을 통해 심리적 부담을 극복한 김회성이 조금씩 그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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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