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우완 파이어볼러 헨리 소사(30)가 완전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향상된 완급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퀄리티스타트가 보장된 투구를 한다. 올 시즌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찍었고, 총 21이닝을 소화하며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200% 충족시켰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200이닝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오프스피드(?) 패스트볼이다. 소사는 익히 알려진 대로 150km를 훌쩍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전형적인 파위피처다. 그런데 올 시즌 소사의 투구분석표를 보면 패스트볼 구속의 최저점과 최고점의 차이가 크다. 7이닝 2실점으로 첫 선발승에서 성공한 지난 8일 한화전에선 패스트볼 최저구속 139km, 최고구속 156km를 찍었다. 보통 투수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구속 차이다.
중요한 점은 139km 패스트볼이 실투가 아닌, 소사가 의도한 공이었다는 것이다. 소사는 상황에 맞게 패스트볼의 구속을 조절하고 있다. 가령 주자가 없을 때는 140km대 패스트볼로 승부하다가, 위기 상황에선 150km대 파이어볼을 뿌린다. 또는 순간적으로 패스트볼의 구속을 낮추면서 편하게 상대 타자로부터 타이밍을 빼앗는다.

LG 구단 관계자는 “소사가 한국무대 4년차를 맞이하며 자신감이 강해졌다. 한국 타자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하더라”며 “모든 타자들이 자신의 150km대 빠른 공을 의식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오히려 조금 느린 공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쉽게 범타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전에는 없었던 완급조절 능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사는 힘을 빼고 던지는 법을 익히면서 효율적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리고 있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한 경기 투구수 110개 이상을 기록하지 않았다.
여기에 스플리터를 추가해 등에 날개를 달았다. 소사는 2014시즌 후반기부터 조금씩 스플리터를 선보였는데, 올 시즌에는 스플리터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스플리터로 단순히 헛스윙만 유도하는 게 아닌 스트라이크 카운트까지 잡는다. 지난해 넥센에서 뛸 때만 해도 싱커를 봉인, 패스트볼·슬라이더 투피치 투수였으나 확실한 무기를 하나 더 갖췄다. 수싸움을 통해 상대 타자를 현혹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LG에서 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고무팔 이닝이터인 만큼, 소사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투입된다. 4일 휴식 후 등판이나 주 2회 등판은 부지기수다. 쉽게 말해 소사가 나오는 날은 곧 불펜진을 아끼는 날이며, 승리할 확률도 높은 날이다. 1선발 에이스로 부족함이 없다. 소사 또한 올 시즌을 맞이하며 “4일 휴식 후 등판은 항상 해오던 것이다. 도미니카에 있을 때부터 그렇게 던져왔다. 아무 문제없다. 팀에서 내게 원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올 시즌 200이닝에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도 다졌다.
LG는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레다메스 리즈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소사와 동향출신인 리즈는 소사처럼 빠른 공을 던지고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2015시즌부터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뛰고 있는 리즈는 자신이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원인으로 LG 트윈스를 꼽았다. 리즈는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후 “LG에서 야구를 많이 배웠고, 더 나은 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사 또한 리즈에게 LG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들었다고 한다. 소사는 지난해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캠프에 참가했는데, 같은 곳에서 훈련하는 LG 선수단을 향해 꾸준히 자신을 어필했다. 당시 소사는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리즈의 공백을 내가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록 곧바로 LG 유니폼을 입지는 못했으나, 소사는 지난해 넥센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다.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선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막은 거대한 산이 되기도 했다. 결국 소사는 고대했던 LG 유니폼을 입었고, 2013시즌 리즈와 마찬가지로 KBO리그 정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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