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내야수 정성훈(35)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성훈은 지난 5일 잠실 삼성전에서 임창용을 무너뜨리는 끝내기 안타를 친 것에 이어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선 8회초 권혁에게 결승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권혁이 볼카운트 1B2S에서 몸쪽 141km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를 완벽한 스윙을 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영양가 만점의 정성훈 개인통산 150호 홈런이었다.
이러한 정성훈의 활약은 기록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8일까지 타율 4할8푼4리로 리그 전체 1위, 안타수와 출루율에서도 각각 15개, 5할6푼1리로 1위다. 아직 시즌 극초반이긴 하지만, 올 시즌 모든 경기서 안타를 터뜨렸다. 리그 최고 2번 타자로서 상대 마운드에 폭격을 가하는 중이다. 3루와 1루를 모두 소화하며 수비서도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결장한 경기 없이 전 경기서 선발 출장했다.

주목할 부분은 정성훈의 최근 성적이다. 놀랍게도 정성훈의 커리어하이 시즌은 바로 지난해였다. 2014시즌 정성훈은 11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9리 출루율 4할2푼4리 장타율 0.501 OPS 0.925를 찍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장타율 0.500을 넘겼고, 출루율도 가장 높았다. 자연스레 OPS는 커리어하이였다. 물론 2014시즌은 리그 전체적으로 타고투저였기 때문에 정성훈의 성적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2012시즌에도 정성훈은 커리어하이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타율 3할1푼 출루율 4할1푼1리 장타율 0.499 OPS 0.910으로 2014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처럼 정성훈은 매 시즌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수읽기가 날이 갈수록 정확해지고 있으며, 욕심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는 능력은 독보적이다. 선구안도 뛰어나고 찬스를 살리는 해결사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정성훈이 타석에 서는 순간, 그라운드 전체의 공기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성훈은 지난 5일 끝내기 안타 후 “성적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 아닌가. 이 성적을 유지해야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험이 쌓이면서 욕심이 줄어들고 수읽기가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마음이 앞섰고, 크게 치는 것만 의식했는데 이제는 상대 배터리가 나를 어떻게 상대할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그리고 구단에서도 몸 관리를 잘 해주기 때문에 아프지 않고 경기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즌 내내 최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다. 정성훈에게도 분명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2009년 LG 입단 후 정성훈은 시즌 초반 치고 올라갔다가 5월에 주춤한 경우가 많다. 최근 6시즌 통계를 놓고 보면 5월 타율이 2할7푼3리로 가장 낮았다. 그러다가 6월 타율 3할2푼9리로 반등했고, 시즌 마지막까지 3할 타율을 유지했다.
만일 외국인 내야수 잭 한나한이 예정대로 5월에 돌아온다면, 정성훈은 5월 슬럼프를 피할 수도 있다. 한나한이 정성훈 대신 3루를 맡고, 정성훈은 부담이 적은 1루나 지명타자로 나가면 부담 없이 타석에 설 것이다.
LG 프랜차이즈 최고 내야수 정성훈이 만 35세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지 주목된다. 또한 정성훈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16시즌에는 통산 2000안타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훈은 지난 8일까지 통산 1812안타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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