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양상문, 짧지만 정겨운 '사제의 만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09 18: 10

"저기 뛰어오는 게 양상문 아냐?"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LG와 홈경기를 앞둔 한화 김성근 감독이 외야 먼 곳에서 뛰어오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LG 양상문 감독이었다. 양 감독은 조깅을 하듯 1루 한화 덕아웃으로 천천히 뛰어오고 있었다. 이를 보고서 김 감독은 "옛날에 많이 뛰었는데 그 폼이 나오네"라며 웃어보였다. 
김성근 감독과 양상문 감독은 과거 태평양에서 감독과 선수, LG에서 감독과 투수코치로 사제의 연을 맺었다. 감독이 되어 승부를 벌이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8~9일 첫 2경기 모두 치열한 1점차 승부 끝에 1승1패를 주고받았다.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스승과 제자가 만남을 가졌다. 

평소 경기 전 덕아웃에 앉지 않는 김 감독이 모처럼 자리했고, 이를 본 양 감독이 인사를 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한화 1루 덕아웃으로 찾아온 양상문 감독이 정중하게 모자를 벗어 김성근 감독에게 인사했다. 김 감독은 양 감독을 바라보며 "이기려면 좀 쉽게 이겨라. 고생시키지 말고"라는 농담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양 감독도 "죄송합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8일 경기에서 LG가 3-2로 역전승한 것을 두고 나눈 말이었다. 
이어 양 감독은 김 감독 옆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다. 양 감독은 "아픈 선수들이 빨리 돌아와야 감독님이 편해지실 텐데"라며 스승을 걱정했다. 한화는 조인성 정근우 한상훈 이태양 등 부상병들이 아직 1군에 올라오지 않았다. 이에 김 감독도 "LG도 박용택이가 빨리 와야할 텐데 언제 들어오냐. 박용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다"고 말하며 서로를 걱정했다. LG도 박용택 우규민 류제국 한나한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다. 
부상선수 걱정으로 동병상련을 나눈 두 감독은 주말 경기일정 등을 묻고 답하며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정겨움이 깃들어 있었다. 3연전 마지막 날 과연 스승과 제자 중 누가 웃을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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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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