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33)는 올해 구단 안팎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일단 감독이 제프 배니스터로 바뀌었고, 본인도 익숙한 포지션인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아직 추신수의 타순은 확정되지 않앗다.
추신수는 7일(이하 한국시간) 개막전 이후 2경기 연속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첫 날은 팀 전체가 1안타 빈공에 그쳐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8일 경기에서는 4타수 1안타로 안타에 시동을 걸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9일, 추신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처음 소식이 전해졌을 때 현지 기자들도 추신수가 선발 제외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댈러스 모닝 뉴스' 에반 그랜트 기자도 팬들의 질문에 "추신수의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트위터로 밝히기도 했다.

추신수는 팀 핵심 선수다. 딱히 아픈 곳이 없는데 개막한지 3경기만에 선발에서 빼는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고작 정규시즌 2경기만 뛴 추신수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리가 없고, 현지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소식을 취합해봐도 추신수의 컨디션은 문제가 없었다.
여러 말이 오가던 가운데 배니스터 감독은 "다양한 선수를 기용해보고자 한다. 1주일 내내 벤치에 있는 선수에게 좋은 경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시즌은 마라톤과 같은데, 시즌 초 주전에게 쉴 기회를 준다면 시즌 후반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선발투수는 좌완 스캇 카즈미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신수를 플래툰 시스템(좌우완 투수에 따라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단 추신수는 카즈미어를 상대로 16타수 6안타 타율 3할7푼5리에 홈런 1개까지 있다. 카즈미어가 에이스로 각성한 2013년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추신수의 성적은 6타수 3안타 3볼넷으로 타율 5할에 출루율 7할이다. 게다가 추신수와 같이 몸값이 비싼 선수를 시즌 초반부터 플래툰으로 쓰는 건 초보감독 권한 밖의 일이다.
9일 베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빼는 대신 라이언 루아를 좌익수로, 제이크 스몰린스키를 우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모두 시범경기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외야수 자원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전 추신수를 밀어내고 기용을 시험해볼 상황은 아니다. 이날 루아는 4타수 무안타 4삼진, 스몰린스키는 3타수 무안타 2삼진 1볼넷에 그쳤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는 봄에도 팔뚝 통증으로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작년에는 발목과 팔꿈치 부상에 시달렸다"고 말해 체력관리 차원이었음을 암시했지만, 추신수는 지명타자로도 출전이 가능했다. 이날 지명타자 자리에는 아드리안 벨트레가 들어갔고, 선발 3루수로는 애덤 로살레스가 출전했다. 로살레스는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수비에서도 실책을 범했다.
다양한 선수를 시즌 초반부터 기용한다는 배니스터 감독의 결정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 고작 정규시즌 2경기만 하고 체력관리 차원에서 주전을 뺄 정도로 텍사스가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다. 0-10이라는 9일 경기결과를 빼고 말한다고 해도, 추신수를 선발에서 제외시킨 건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