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발을 찾아라. 스프링캠프 당시 각 팀의 화두였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공백’을 최소화하는 다른 방법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각 팀 마운드의 진정한 기초 체력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3월 28일 개막한 KBO 리그는 개막 2연전을 제외하면 2주차 주말 3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다수의 선발 투수들은 1~2번의 등판을 마치며 시즌을 시작한 상황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로테이션의 앞쪽 선발요원들을 좀 더 쓸 수 있는 여건이 됐었다. 개막 2연전 이후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정에 여유가 생겨 5선발 요원들을 불펜으로 투입시키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럴 수가 없다. 다른 투수들의 휴식일 일정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5인 로테이션은 돌아가야 한다. 올해는 지난 2년과 달리 가끔씩 찾아오는 꿀맛 같은 4일 휴식도 없어 로테이션의 체력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각 팀마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3~4명의 선발 투수들은 갖추고 있는 가운데 5선발 싸움에 관심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선발 투수가 확실히 잘 던진다면 팀 마운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이것저것 다른 실험이 불가피하다. 불펜의 리듬도 꼬일 수 있다.

삼성은 차우찬이 5선발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2경기에 나섰다. 5일 잠실 LG전에서는 6⅔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비교적 잘 던지며 희망을 내비쳤다. 선발 경험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류제국 우규민이라는 핵심 요원들의 부상으로 울상인 LG는 임정우 임지섭 장진용이 선발로 나서며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세 선수의 투구 내용이 괜찮은 편이라 일단 한숨을 돌렸다.
SK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백인식이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두산은 이현승의 부상으로 긴급 투입된 진야곱이 8일 잠실 넥센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힘을 불어넣었다. 이현승이 서서히 복귀 채비를 갖추고 있어 두 팀의 선발진 구성은 조만간 완성될 공산이 크다.
이제 막 선을 보이는 팀들도 있다. 외국인 두 명에 이재학 손민한까지 확보가 된 NC는 이태양의 투구 내용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이태양은 10일 마산 SK전에 올 시즌 첫 등판을 갖는다. 롯데 또한 심수창이 10일 사직 한화전에 첫 선발 출격을 가지며 시험대에 오른다. kt는 네 명의 선발이 확정된 가운데 5선발은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돌려 이야기하면 확실한 5선발 자원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불안한 팀들도 있다. 넥센은 외국인 두 명(밴헤켄, 피어밴드)를 받칠 국내파 선수들이 죄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현희(2경기, 평균자책점 9.00) 문성현(1경기, 18.90)이 흔들렸고 8일 잠실 두산전에 등판한 김대우도 1⅔이닝 6실점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KIA는 임기준이 4선발로, 문경찬이 긴급 5선발로 투입됐으나 아직 젊은 선수들이라 지켜볼 필요는 있다.
다른 방식에서 문제풀이에 나선 팀도 있다. 이태양이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는 한화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탈보트가 4일 휴식을 취하는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가운데 유먼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는 상황에 맞게 운영 중이다. 배영수가 10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첫 경기를 가져 한 자리는 더 채워질 것으로 보이나 유창식 송은범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난주에는 비로 경기가 취소된 경우가 있어 상황에 따른 로테이션이 가능했다. 이태양이 돌아오면 탈보트 유먼 배영수 이태양 유창식으로 이어지는 5선발 자원에 송은범을 상황에 따라 붙이는 전략이 유력하다. 다만 그 때까지 불펜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올 시즌 한화 선발 투수들의 평균 투구수는 83.3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으며 상대적으로 불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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