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 "감독님, 수염 깎으셨군요"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4.10 06: 20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중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감독님 수염 깎으셨군요"-이호준 NC 내야수
KIA는 지난 7일 NC와의 광주경기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아 3-5로 무릎을 꿇고 7연승이 좌절됐다. 이날 KIA의 연승을 마감시킨 NC의 인물은 해태 출신 베테랑 이호준이었다. 이호준은 2-2로 팽팽한 6회 2타점 결승 2루타를 날렸다. 다음날 그라운드에서 광주일고 선배 김기태 감독에게 인사차 찾아와 "어? 감독님 수염 깎으셨군요"라며 농담을 했다. 김감독은 6연승을 하면서 수염을 깎지 않았지만 패하자 깔끔하게 밀었다. 그는 이호준에게 허리를 아픈 시늉까지 하며 "비시즌 때는 허리 아프다며 엄살이더니 시즌되니까 독하게 야구한다"며 은근히 아쉬움을 표했다. 첫 경기를 잡은 NC는 광주 3경기를 모두 이겨 6연승, 단독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손아섭 걱정이다" - 조성환 KBSN 스포츠 해설위원
손아섭(롯데 외야수)은 삼성과의 주중 1,2차전서 8타수 1안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아섭은 "보시다시피 못하고 있다. 이제는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상황이 오니까 예전의 성격이 나오게 된다. 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조성환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선수로 뛰었던 그는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손아섭 걱정이다"고 그의 타격감 회복을 굳게 믿었다. 손아섭은 9일 경기에서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부진 탈출을 예고했다.
▲ "야구공" - 삼성 안지만
임창용은 8일 대구 롯데전서 시즌 2세이브째를 거뒀다. 그는 4-2로 앞선 8회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강민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9일 경기를 앞두고 구단 관계자가 임창용에게 '강민호를 삼진잡은 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안지만이 "야구공"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임창용은 강민호와 대결할때 커브로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 "둘이 합치면 82세야. 82세. 세리머니는 무슨" - 삼성 진갑용
삼성의 든든한 안방마님 진갑용은 오승환(한신)이 세이브를 달성할때 마운드 쪽으로 함께 가 손가락을 하늘로 뻗는 세리머니를 만들어 함께 했다. 그에게 오승환과는 달리 임창용과는 세이브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둘이 합치면 82세야. 82세. 세리머니는 무슨"이라고 발끈(?) 했다. 그러면서도 진갑용은 "임창용이 등판할때 애착이 가는 건 사실"이라고 남다른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 "요즘 견제가 너무 심해" - 두산 홍성흔
홍성흔은 9일 잠실 넥센전 이전까지 도루 실패 없이 2개를 성공시켜 고영민과 함께 팀 내 도루 1위였다. 9일 취재진이 경기를 앞두고 덕아웃 앞을 지나던 홍성흔에게 팀 내 도루 1위라고 말을 건네자 “요즘 견제가 너무 심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20도루 한 뒤에 다시 얘기하자”며 주위에 웃음을 주고는 떠났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두산은 홍성흔이 도루를 해낸 2경기 모두 승리했다.
▲ "마야? 얼굴만 보면 내 또래지" - 두산 김태형 감독
김태형 감독은 평소 유머러스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스스로도 잘 웃는다. 10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 사이에서 잭 루츠(1986년생)가 생김새에 비해 실제 나이가 젊다는 말이 나오자 김 감독은 "면도를 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상이 유네스키 마야(1981년생)로 넘어가자 김 감독도 "얼굴만 보면 내 또래 같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보기에 따라 다소 노안이기도 한 마야의 외모를 떠올리며 잠시 웃은 김 감독은 경기 후 더 크게 함박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이날 마야는 넥센 타선을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 "1000만 원 어치 먹을 건데?" - 김용희 SK 감독
SK의 내야수 박계현은 최근 "연봉 5000만 원이 되면 감독님께 밥을 한 번 대접하겠다"라는 공약을 당당하게 내걸어 취재진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2군 시절부터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준 은사에게 보답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1억 되면 밥을 사라라고 했었는데 5000만 원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다"라면서 "내가 밥을 1000만 원 어치 먹을 건데 연봉 5000만 원으로는 택도 없다"라고 껄껄 웃었다. 제자의 마음씨에 기특해 하면서도 더 큰 선수가 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공약은 끊이지 않았다. 역시 2군 시절 김 감독의 격려에 큰 도움을 받았다던 백인식은 "연봉 5000만 원이 되면 선물을 하나 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김 감독은 아무 말 없이 웃었다.
▲ "애들이 감독을 속이네" - 조범현 kt 감독
kt는 기나긴 연패 속에 팀 분위기가 처져 있다. 특히 타선의 난조가 뼈아프다. 개막 2연전 이후로는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의욕도 같이 처진 것은 아니다. 조범현 감독은 "선수들이 다 자신있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고민. 이에 조 감독은 "애들이 나를 속인다"라는 말로 최근의 고충을 넌지시 토로했다. 그래도 의욕을 가지고 덤벼드는 선수들을 보며 애써 위안을 찾는 조 감독이다.
▲ "다음에는 맞힐거야" - 한화 송은범
지난 7일 대전 LG전에서 연장 10회 구원등판한 송은범은 11회 이진영을 상대로 몸쪽 깊숙한 공을 던졌다. 가까스로 공을 피한 이진영이 순간적으로 '욱'하며 마운드 쪽으로 걸어가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SK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진영과 송은범은 절친한 사이. 사구로 충돌하는가 싶었으나 서로 웃다가 끝났다. 이튿날 경기 전 만난 두 선수는 그 상황을 이야기하며 또 웃었다. 송은범은 "맞히지도 않았는데 그러다니, 다음에는 맞힐거야"라는 농담으로 이진영을 머쓱하게 했다.
▲ "걔 안 돌아오나? 다저스 있는 애" - 한화 김성근 감독
시즌 전 미국 생활을 접고 KIA로 돌아온 윤석민. 마무리로 KIA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한화 김성근 감독이 못내 부러운 모양. 지난 7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윤석민 이야기가 나오자 김 감독은 "우리는 걔 안 돌아오나? 다저스 있는 애"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화 출신의 LA 다저스 류현진이 돌아왔으면 하는 희망. 물론 지금 당장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보다 마운드가 많이 안정된 한화이지만 여전히 김 감독은 슈퍼 에이스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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