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외인 선발, 97만 달러의 한계인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0 06: 08

10경기에서 모두 졌다. 10경기 동안 영웅 하나는 나올 법도 한데 누구도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연패 스토퍼’로 기대를 걸었던 외국인 선수 세 명이 모두 부진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활약 없이는 kt의 올 시즌 희망도 장담할 수 없다.
kt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마운드가 상대 장타력에 힘없이 무너지며 2-13으로 크게 졌다. 이로써 kt는 개막 이후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의 기를 살리려 애를 쓰고 있고 선수들도 특타를 하는 등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승리와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는다.
이날 패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겠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선발투수의 난조였다. 팀의 첫 승을 위해 선발로 나선 필 어윈은 2⅓이닝 동안 홈런 한 개를 포함해 8개의 안타를 맞으며 4실점했다. 3회가 끝나기 전에 이미 투구수가 79개에 이를 정도로 SK 타선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선발의 부진이 팀 분위기와 불펜 전략에 큰 타격으로 다가간 셈이었다. 심재민(2⅔이닝, 47개) 김사율(2이닝 62개)이 많은 공을 던져 주말 3연전 불펜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kt는 신생구단 혜택으로 타 팀보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을 더 보유할 수 있다. 지난해 NC와 마찬가지로 투수 3명, 야수 1명으로 외국인 라인업을 짰다. 투수들은 모두 선발 요원들이다. 매번 이길 수는 없어도 확실하게 경기의 판을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정작 외인 투수들이 모두 부진하다. 그나마 믿는 도끼였던 이들의 부진 속에 연패도 길어지고 있다.
개막 선발이었던 어윈은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0.22, 지난해 가능성을 보고 올해까지 계약을 맺었던 앤디 시스코는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8.68, 가장 경험이 많은 크리스 옥스프링은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5.40이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옥스프링이 딱 한 번 기록했다. 그나마 옥스프링도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이 2.00에 이르는 등 안정적인 투구는 아니다. 오히려 루키 박세웅의 투구가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라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NC는 첫 해 외국인 선수에 많은 투자를 했다. 찰리, 에릭, 아담은 모두 당시로서는 공식 발표의 이상을 금액을 주고 데려온 투수들이다. 결코 싼 선수들이 아니었다”라면서 “그에 비해 kt는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가 없다. 당시 NC의 선발 세 명과 비교하면 떨어진다. 타 팀보다 외국인에 더 신경을 써야 했던 팀이 그러지 못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kt 세 외인 투수들의 공식 연봉 합계는 97만 달러(어윈 45만 달러, 시스코 32만 달러, 옥스프링 20만 달러)다. 올해 찰리(100만 달러) 한 명에도 못 미친다.
실제 NC의 외국인 선수들은 당시 약한 팀 전력에도 고군분투하며 연패가 길어지지 않는 데 일조했다. 찰리가 11승을 거뒀고 에릭(현 해커)도 승수는 적었으나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분전했다. 첫 승리를 이끈 선발은 이재학이었지만 NC가 첫 해 52승을 거두며 9개 팀 중 7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투수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kt 선발투수들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할 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시 NC의 투수들도 마찬가지였고 전반적인 구위나 경기 운영은 확실히 떨어진다.
이제 와서 후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 선수가 힘을 내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넥센과의 주말 3연전에 다시 기대를 건다. 로테이션상으로 시스코와 옥스프링, 그리고 박세웅이 차례로 나선다. 넥센의 두 외국인 투수가 주중 던졌음을 생각하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지금 kt에 필요한 것은 선수단에 안정을 안겨다 줄 딱 1승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그 몫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연패는 물론 최종 성적에서도 불명예가 유력하다. 정 안 된다면 '확실한 투자'를 통한 교체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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