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5툴 플레이어의 덕목은 정확도, 장타력, 수비, 송구, 주루로 분류할 수 있다. SK의 새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1)은 네 가지 측면에서 서서히 검증을 마쳐가고 있다. 이제 남은 하나를 찾는 일만이 남았다. 바로 정확도다.
구단 관계자들의 호평, 그리고 한·일 팀들 간의 치열한 영입 경쟁 속에 한국 무대를 밟은 브라운은 9일까지 팀의 9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2할1푼4리, 2홈런, 6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24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즌 초반이라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장·단점이 짚인다. 다른 건 다 좋다. 정확도만 살리면 된다.
장타력은 인정받고 있다. 브라운은 182cm에 90kg이다. 그간 거포형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하면 체격은 아담(?)한 편이다. 그러나 임팩트 순간 공에 힘을 싣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용희 SK 감독은 “저 몸이 그렇게 큰 힘을 쓸 것 같은 체구는 아닌데”라면서도 “정타가 되면 국내 선수들과는 달리 타구가 한 번 더 뻗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호평했다. 실제 브라운은 9일 인천 kt전에서 비거리 125m짜리의 큼지막한 홈런을 때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수비도 괜찮다. 우익수 포지션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아직 한국 구장의 펜스나 환경 자체가 낯설 법도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 1루 수비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박정권의 휴식 시간을 커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송구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우측 깊숙한 지점에서 연계 플레이 없이 3루까지 곧바로 송구할 수 있는 강한 어깨를 가졌다.
여기에 의외로 발까지 빠르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그렇게 많이 뛰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는데 한국에서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관계자들의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타이밍을 뺏는 도루를 두 번이나 성공시켰고 저돌적인 베이스러닝도 돋보인다. 한 관계자는 “최정과 비교해도 느리지 않을 것 같다”라며 평균 이상의 주루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현재 타율은 2할1푼4리. 시즌 초반이라 적응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일단 배트에 맞아야 장타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중심타자임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다. 하지만 김용희 감독은 느긋하다. 곧 정확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그 근거는 바로 좋은 눈이다. 선구안 자체가 나쁜 타자는 아닌 만큼 곧 적응해 제 궤도를 찾을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기대다.
실제 브라운은 7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9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아무래도 브라운의 장타력을 의식해 까다롭게 승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인내심 있게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출루율도 3할9푼5리로 수준급이다. 타율에 비해 거의 2할 가까이가 높다.
김 감독은 “그동안 쭉 지켜봐 왔는데 유인구에 잘 따라나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공을 잘 본다는 생각은 했었다. 2스트라이크까지는 자기 스윙을 하다가도 그 이후에는 짧게 스윙을 하며 공을 고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거포 유형의 선수들은 터무니없는 공에도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브라운은 적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 한 번 감을 잡으면 리듬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여기서 기인한다. 실제 브라운은 8일 kt전 마지막 타석에서 질 좋은 좌전안타를 때리더니 9일 경기에서는 홈런 한 방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쳤다. 서서히 올라오는 감, 5툴 완성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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