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했습니다".
한화 이적 첫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성열(31)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뜨거운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케 한 큼지막한 타구에 자신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왔다. 특유의 배트 던지기와 함께 오른팔을 1루 덕아웃에 가리키며 환호했다. 예기치 못한 트레이드와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 그리고 한화 선수들과 팬들의 환대는 그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성열은 지난 8일 넥센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데뷔 후 3번째 트레이드. 9일 한화 선수단에 합류한 그에게 오렌지 유니폼은 아직 어색해 보였다. 이성열은 "어디서든 야구하는 것은 똑같다. 넥센 염경엽 감독님도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니 잘됐으면 좋겠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오는 그의 마음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마침 한화는 심각한 장타 침묵으로 타선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었다. 트레이드 전까지 팀 홈런이 2개에 불과했고, 팀 장타율마저 .332로 리그 최하위였다. 김성근 감독은 "이성열은 지난해 홈런 14개를 쳤다.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갖고 있다"고 기대했다. 그리고 이적 첫 날부터 그 기대에 보답했다.
0-3으로 뒤진 4회 2사 1·2루에서 대타로 이성열이 나오자 대전 홈팬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환영했다. 이에 이성열은 1타점 2루타로 추격의 서막을 알렸다. 이어 2-3으로 뒤진 6회 2사 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을 폭발시켰다. 역전 투런 홈런. 이성열의 가공할 만한 파워를 보여준 한 방으로 대전 홈구장을 들썩이게 했다. 한화로서도 장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한 게 고무적이었다.
이성열은 "맞는 순간 좋은 느낌이 왔다. 지고 있다가 이긴 경기라서 상당히 기분 좋았다. 팀을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타격으로 기대에 어느 정도 보답한 것 같다"며 "가슴 찡했다. 몸에 전율이 흐르고 뭔가 뭉클하더라. 한화 팬들이 정말 열정적이라는 것이 느껴졌다"고 드라마 같은 한화 데뷔전을 말했다.
김성근 감독도 "이성열이 잘해줬다. 이성열이 와서 타선에 숨통이 트였다"고 반색했다. 이성열 특유의 파워를 앞세운 타격으로 한화의 잠자던 장타 본능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성열의 가세로 외야 및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여러모로 트레이드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이성열은 "이제 시작이다. 몸 관리 잘하고, 긴장감을 유지해서 계속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선수들도 전부 환대를 해줘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아직 시즌은 10경기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적 첫 날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준 그의 파워는 한화의 잠자고 있던 장타 본능을 일깨웠다.
특유의 강력한 파워로 화끈한 이적 신고식을 치른 이성열, 4번째 팀이 된 한화에서 새출발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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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