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도 춤추게 하는 한화의 '익사이팅 야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10 06: 06

"우리 경기가 익사이팅 하잖아". 
한화는 지난 9일 대전 LG전에서 9회말 상대 실책에 편승하며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사 후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강경학이 주현상의 희생번트 때 2루를 지나 3루로 빠르게 질주했다. 당황한 LG 1루수 양석환의 악송구가 뒤로 빠진 사이 강경학이 냅다 홈까지 질주, 짜릿한 결승 득점을 만들었다. 
이때 TV 중계화면에 잡힌 한화 김성근 감독의 액션이 놀라웠다. 경기 내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노심초사 경기를 지켜보던 김 감독은 그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액션을 보였다. 강경학의 3루 질주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던 김 감독은 상대 실책이 나오자 고함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강경학이 홈으로 들어와 경기를 끝내자 김 감독은 얼굴에 환한 웃음과 함께 양 손으로 크게 박수를 치며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끝내기 승리 과정이 워낙 순식간에, 짜릿하게 만들어져 김 감독도 온몸을 들썩이며 환호했다. 과거 김 감독에게서 볼 수 없었던 액션이라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큰 경기에서도 어떠한 순간에 관계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던 김 감독이지만, 이날처럼 한화에 온 뒤로 덕아웃에서 다양한 액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마산 NC전에서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메모를 하다 볼펜을 툭 내던지기도 했다. 김 감독은 "볼펜을 던진 기억은 없고, 손으로 탁자를 내려치기는 했다"며 "우리가 경기를 워낙 익사이팅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몸이 고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거의 매경기 이처럼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화가 거둔 4승에는 1점차 승리가 2승, 2점차 승리가 2승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1점차 패배 2번, 2점차 패배 1번에서 나타나듯 아깝게 지는 경기도 많았다. 그래서 상대팀에게는 "이기려면 고생시키지 말고 쉽게 이겨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한화는 지난 6년 동안 5번이나 최하위를 한 팀이다. 똑같은 1승이라도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김 감독도 과거처럼 계산대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야구가 아직 한화에서는 안 되고 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전개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한 야구인은 "김성근 감독하면 냉철한 이미지가 강했었지만 한화에서는 감정 표현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라 놀랍다. 한화가 많이 힘들기는 한가 보다"고 말했다. 
연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으로 경기당 평균 시간도 3시간38분으로 압도적인 1위. 그렇다고 김 감독이 일부러 경기를 길게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 역시 경기 전 "오늘은 좀 일찍 끝내자"고 말하지만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는 타협이 없다. 한화의 더 짜릿해진 '익사이팅 야구', 김성근 감독마저 춤추게 할 정도로 지독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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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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