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밴와트, 본격 출발 알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0 09: 09

SK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29)는 최근 이미지가 바뀌었다. 그간 약간의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말끔히 면도를 해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생겼다.
잘 생긴 얼굴의 소유자인 밴와트의 턱수염이 지저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단정한 용모라 주위에서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9일 인천 kt전을 앞두고 스스로 면도기를 잡았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한 자신만의 주문이었다.
지난해 11경기에서 9승을 거두며 SK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밴와트였다. 그 결과 지난해보다 확 뛴 금액에 재계약도 맺었다. 확 뛴 금액만큼 기대치도 뛰었다. 지난해 9승을 했으니 올해는 두 자릿수 승수가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지난해 밴와트가 보여준 기량을 고려하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즌 출발이 썩 좋지 않았다.

팀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지만 3월 28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4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3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상대 타선의 장타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4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두 번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시즌 초반 두 경기 성적이기는 하지만 기분이 좋을리는 없었다. 구속이 떨어져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그러나 낙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지난해 성과에 도취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다시 앞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런 심기일전의 상징이 면도였다. 단순히 수염을 민 것이 아닌, 머릿속도 깨끗하게 비워내고 다시 뛰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금세 나타났다.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가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버티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구속도 지난 경기에 비하면 1~2㎞ 정도 올라온 것이 눈에 띄었고 빠른 공,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자유자재로 쓰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자신의 장점도 십분 살렸다.
김용희 SK 감독도 경기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그간 승리가 없어) 밴와트의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오늘은 잘 던졌다”라면서 “투구수(82개)가 적었지만 기분 좋은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게끔 교체를 결정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비에 좌절하지 않고 극복의 길을 스스로 찾아낸 밴와트에 대한 흐뭇함이었다. 밴와트까지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 선봉에 선다면 SK 선발진은 남부럽지 않은 위용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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