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환이형 온다는데 어떻게 쉬어요".
한화 포수 정범모(28)는 지난 8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넥센과 트레이드로 들어온 포수 허도환(31)의 합류 소식을 전해들었다. 전날 머리와 허벅지에 공을 맞아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경기출장 의지를 보였다. 그는 "도환이형 온다는데 어떻게 쉬겠는가"라며 "포수가 너무 많아졌다.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제 죽었다"고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개막전 주전 포수로 시즌 초반 한화 안방을 지키고 있는 정범모이지만 다시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는 "곧 있으면 조인성 선배님도 오신다. 주전은 조인성 선배님 아니시겠나"며 "내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어떻게든 경쟁을 통해 많이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결국 조인성의 1군 합류 전까지 함께 안방을 나눌 허도환과 생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허도환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올해 넥센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2군에만 머물러있던 그에게 한화로의 트레이드는 좋은 기회다. 허도환은 "야구를 못해서 경기에 나가지 못한 것이지, 몸 상태는 100%다. 작년, 재작년보다 훨씬 좋다. 한화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허도환 역시 조인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조인성 선배님이 오실 때까지 내가 포수 쪽에서 최고참이 됐다. 범모와 함께 투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 역시 조인성이 합류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1군에 자리를 잡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허도환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은 결국 조인성의 공백으로 포수 포지션이 취약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범모는 올해 9경기에서 22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6리로 타격이 부진한 데다 수비에서도 도루저지율 1할에 기록되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가 많다. 2년차 중고신인 지성준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향후 한 달을 위해선 반드시 포수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허도환은 넥센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포수다. 야구를 알고 있다"고 기대했다. 허도환은 1군에서 통산 384경기를 출장했는데 2012~2014년 3년 가까이 주전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적 첫 경기였던 지난 9일 대전 LG전에서는 8회 대타로 교체출장, 삼진을 당한 뒤 9회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김 감독은 "허도환이 동글동글하게 귀엽게 생겼다. 우리팀 캐릭터로 삼으면 좋겠다. 이런 아이들이 역시 살 빼는 맛이 있지 않나 싶다"며 강훈련을 예고했다. 허도환 역시 "한화의 훈련 스케줄은 넥센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훈련할 각오는 되어있다. 6월 쯤 되면 10kg 정도 빠져있을 것이다"고 각오했다.
허도환의 합류로 정범모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인성이 1군에 들어올 시점에서 누가 남을지 앞으로의 한 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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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모-허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