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말기 뇌종양을 앓고 있으면서도 경기에 출전하고 암연구 재단을 설립해 감동을 주었던 미국 대학 농구선수 로렌 힐이 11일(이하 한국시간)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직 20세 생일도 맞지 못한 꽃다운 나이다.
힐은 18세 생일이 막 지난 시점에 자신이 선척전 뇌교신경교종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통 4-9세의 어린 나이에 발병이 되는 병이었지만 이미 종양이 뇌에 퍼져 의사는 2년 밖에 더 살수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고교 시절 농구선수였던 힐은 고향인 인디애나주를 떠나 오하이오주에 있는 마운트 성 조셉 대학에 농구선수로 입학했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농구팀에서도 힐이 치명적인 뇌종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힐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NCAA(미국대학체육협회)가 힐이 속한 팀이 당초 스케줄을 앞당겨 경기를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부터다. 힐은 얼마 남지 않은 삶 동안 경기에 나서기를 원했고 아울러 자신이 설립한 암연구재단 기금을 모으고 싶어했다.
지난 해 11월 3일 힐이 대학선수로 첫 경기에 출전했을 때 10,250명의 관객이 들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TV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면서 암과 싸우는 대학 1학년 선수를 응원했다.
뇌신경이 영향을 받아 점점 레이업 슛이 어려워진 힐을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주로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레이업 슛을 하거나 농구공을 손가락에 올려 놓고 5회 이상 돌리는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힐의 암투병에 대해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당신의 이야기가 나에게 자극을 준다. 나도 당신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트윗 멘션을 남겼고 NFL 신시내티 벵갈스의 데이븐 스틸과는 직접 만나기도 했다. 스틸 역시 자신의 여동생이 암투병 중이다.
암연구재단을 위한 기금도 답지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이미 재단은 150만 달러의 기금을 모았고 암치료와 연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증세로 힐은 4경기에 출장한 뒤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팀은 지난 1월부터 힐을 보조코치로 임명해 코트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관중석에서 들리는 함성과 실내체육관의 조명이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어 귀마개와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했다.
힐은 지난해 AP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스포츠인’에서 야구선수 모네 데이비스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모교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힐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뒤 르브론 제임스는 추모의 메시지를 발표했고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를 연고로 하는 신시내티 레즈는 이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경기에 앞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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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힐이 모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던 모습/마운트 세인트 조셉 대학 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