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부족’ 포수난, 타고투저 거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1 13: 00

투수와 포수는 흔히 ‘배터리’라는 표현으로 묶곤 한다. 그만큼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밀접하다는 뜻이다. 도루 저지가 온전히 포수의 몫은 아닌 것처럼, 투수들의 능력도 포수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볼 배합이나 투수 리드에 따라 가진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타고투저의 흐름, 그리고 투수들이 고전하는 양상에서 포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0구단 체제가 된 KBO 리그는 유례가 없는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예전에는 팀 투수들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베테랑 포수들이 각 팀에 1명 정도는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포수들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지금은 그런 형편이 못 된다. 경험이 부족한 신진급 포수들이 안방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포수 출신인 조범현 kt 감독은 “얇아진 포수층이 타고투저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한 해설위원은 “우리 때(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포수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노력이 부족한 포수들이 많다. 자료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고 체계적으로 전달되는데도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비보다는 방망이에만 신경을 쓴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러다보니 수싸움이 단순해지고 타자들이 득세하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기본기 부족이다. 수싸움이야 경험을 통해 늘어갈 수 있지만 그것도 기본기가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코치는 “사실 중요할 때의 사인이야 벤치에서 도와줄 때도 있으니 포수들의 수싸움을 모두 그들의 잘못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면서도 “더 큰 문제는 기본기다. 프로에 올라오는 선수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많다. 블로킹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포구조차 안 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라고 씁쓸한 현실을 짚었다.
투수 리드가 투수의 기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똑 부러지게 재단하기 어렵다. 포수가 아무리 좋은 코스와 구종을 유도해도 투수가 못 던지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구와 블로킹, 그리고 송구의 불안은 투수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공을 던지지 못하게 한다. 한 투수는 “믿고 던질 수밖에 없고 실제 잘 막아줄 때도 있지만 특히 루상에 주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포크볼과 같은 구종은 뒤로 빠지는 위험성이 있는데 1~2차례 빠지면 투수들도 던지기 어려워진다”라고 털어놨다. 선수들도 사람인 이상 신뢰가 깨지면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KBO 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포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박경완 SK 육성총괄은 “기본적으로 투수들에게 불리한 여건이다. 경기장 개조로 파울존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스트라이크존도 좁아졌다. 이에 비해 방망이를 만드는 기술은 예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라면서도 “기본적으로 투·포수의 잘못이 가장 큰 것은 분명하다”라고 짚었다. 박 총괄은 “분석도 전보다 더 세밀해진 것은 맞다. 하지만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다. 전력분석 데이터도 있지만 혼자만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조언을 남겼다.
절실함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총괄은 “잘 쳐서 이기는 경기도 있겠지만 수비 미스를 하나 줄여 이기는 경우도 많다”라면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 못 친 것은 계속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수비 미스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아쉬워했다. 박 총괄은 “1B-1S에서는 애매한 공을 어떻게 잡아주느냐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2B-1S와 1B-2S는 작전·볼배합·심리적 요소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포수들이 자신의 중요성을 스스로 자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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