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015 서울모터쇼’ 일주일차 누적관람객 38만 4000명. 최근 모터쇼를 찾는 이들의 반응이 사뭇 다르다. 낯 뜨겁게 만들던 레이싱 모델들이 줄어들고, 전시차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특히, 서울모터쇼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는 체험공간과 이벤트 등으로 가족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제 2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총 23종의 가장 많은 차량으로 관람객을 맞는 BMW는 메인 모델을 제외하고는 레이싱 모델이 아닌, 평소 판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차량 설명 전문인력 프로덕트 지니어스(Product Genius, 이하 PG)를 각 모델마다 배치했다. PG는 부스를 찾는 이들에게 보다 쉽게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을 한다.
BMW의 PG 투입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PG의 역할이 생소해 당황하던 관람객들도 금세 적응하고, 망설임 없이 PG들의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3시리즈를 담당하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양재 소속 PG인 전윤희(28) PG는 “기사를 보고 PG에 대해 아는 분들은 먼저 세단과 GT의 차이점 같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 모르는 분들도 PG는 판매 인력이 아니라 차량 설명 전문 인력이라고 말을 드리면 바로, 깊게 질문을 해오신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에서 자동차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박 씨는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모터쇼를 찾았다. 박 씨는 “여자친구와 한 자리에서 많은 차를 접할 기회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제가 알려주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는데, PG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BMW 3시리즈를 기준으로, 새 차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두 돌 아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30대의 젊은 부부는 PG덕에 경쟁차종에 대한 정보까지 한자리에서 알게 돼 동선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편 김 씨는 “그래도 BMW 직원이니까 3시리즈를 좋게 말할 것 같아서 다른 브랜드도 갔다 왔지만 편향된 정보 전달이 아니어서 마음을 굳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PG들은 이전 모터쇼를 경험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BMW의 부스를 재방문 하는 관람객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권 도이치모터스 대치 소속 PG(28)는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 뒤 궁금한 점을 말씀해 달라고 하면 꼭, 하나라도 질문을 하고 가시고, 나중에 다시 오셔서 저희를 찾는 분들도 꽤 있었다”고 답했다.
한정우 한독모터스 PG는 “친절한 설명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분들 덕에 보람을 느꼈다”며 “이분들이 다시 찾는 경우도 많았고, 재방문 시 저희를 거치든 거치지 않든 구매 상담으로 이어져 판매에 일조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 뿌듯했다”고 서울모터쇼 참가 소감을 전했다.
여기에는 딜러들도 동의했다. 2013년에도 서울모터쇼에서 자리를 지킨 두현재 코오롱모터스 강남전시장 주임은 “처음에는 딜러라는 존재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딜러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딜러의 역할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전 모터쇼에서는 딜러들이 교대로 부스나 모델에 상주하면서 차량 설명과 상담을 모두 수행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던 반면, 올해는 분리된 공간에서 구매 상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담 시 소비자들의 차량 이해도도 달라졌다. 이 덕에 딜러들의 피로감도 감소해 상담 능률이 향상됐다. 마찬가지로 이전과 올 모터쇼 모두 참가한 신종원 코오롱모터스 강남전시장 주임은 “100% PG의 덕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2013년보다 이번 모터쇼에서 계약이 증가한 것이 체감적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처럼 PG의 투입이 판매를 위한 전략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1차적으로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차량 설명과 구매 상담을 분리, 딜러들의 업무 효율을 증진시켜 판매를 늘리겠다는 심산이라는 것.
하지만 PG의 존재가 관람객들의 차량 이해에 이익 도모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해 보이며 지난 모터쇼에 이어 올해도 큐레이터를 고용한 혼다를 비롯해 폭스바겐의 ‘도슨트’, 르노삼성 ‘르노삼성 모터스 서포터스’ 등 다양한 업체들이 점점 모터쇼를 레이싱 모델이 아닌 차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서울모터쇼의 실관객수 목표는 65만 명으로, 2013년 실관객수 60만 명보다 5만 명 늘어났다. 이에 서울모터쇼 관계자는 “2013년 모터쇼 때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에 관람객 숫자에 투명하기로 약속한 만큼 섣불리 예측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업계서는 주말 관람객이 평일보다 3배 가량 많다는 점에서 목표치 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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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