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 각오로 나선 안영명, 5년 만에 선발승 '기쁨'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11 20: 14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위기에 처한 자가 죽을 각오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반대로 살기만을 원하고 비겁하게 나서면 오히려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장군들은 전장에 나가기 전 이 말을 장병들의 가슴 속에 심어주고자 했다.
그런데 이 말을 현실에서 따르기란 쉽지 않다. 정말 힘이 들때는 본능적으로 어려운 길은 피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안영명도 저 8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마운드에 올라야 할 상황이었다. 3일 연속으로 마운드에 오른 뒤 하루만 쉬고 선발 등판을 했지만 안영명은 공격적인 피칭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안영명은 11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5이닝을 1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투구수 85개, 스트라이크 47개와 볼 38개로 다소 제구는 들쭉날쭉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펼친 게 주효했다.

이날 안영명의 선발 등판은 다소 의외였다. 7일부터 9일까지 대전에서 LG 트윈스와 혈전을 벌였는데, 안영명은 이 3경기에 모두 불펜으로 등판했다. 10일 단 하루만 쉬고 선발 마운드에 섰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긴 이닝 소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안영명은 공격적인 투구로 빠른 승부를 펼쳤다. 구위가 좋았기에 롯데 타자들은 4회까지 안타조차 치지 못했다. 5회 나온 오승택의 첫 안타도 내야를 간신히 벗어난 타구였다. 6회 안영명은 내야수 실책으로 1점을 주긴 했지만, 비자책점이었고 3-1로 리드를 지킨 채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었다. 결국 한화는 4-1로 승리를 거뒀고, 안영명은 2010년 4월 3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5년 만에 선발승 기쁨을 누렸다.
고작 이틀 전 불펜에서 2⅓이닝동안 공 34개를 던졌던 안영명은 하루만 쉬고 다시 85개의 공을 던졌다. 그 만큼 지금 한화 마운드는 투수가 없다. 계속해서 접전이 펼쳐지며 시즌 초 불펜투수 소모가 극심하다. 정말 단단히 각오를 하고 마운드에 올랐던 안영명은 시즌 첫 승리를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차지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그리고 한화도 안영명이 불펜에서 6이닝을 버텨 준 덕분에 향후 불펜운영에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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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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