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이 해냈다. 라인업 곳곳에 전면배치된 kt 베테랑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며 창단 후 첫 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조범현 kt 감독은 11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넥센의 타순이 큰 변화를 가져갔다는 취재진의 말에 “우리는 베테랑 선수들이 먼저 나간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 이날 kt는 신명철이 선발 1루수 및 2번 타자로 전진배치되며 이대형과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3번의 박경수, 6번의 김상현, 8번에 용덕한, 9번의 박기혁까지 프로무대에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배치됐다.
그간 kt는 젊은 선수들을 2~3명 라인업에 끼어 넣는 형국이었다. 이들의 성적도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폭발력, 그리고 팀 배팅 측면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베테랑 선수들도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조 감독은 이들의 경험을 한 번 더 믿어본 셈이다. 그리고 이런 구성은 잘 맞아 떨어졌다.
4회 첫 득점 상황에서는 올 시즌 타율이 1할에 불과했던 포수 용덕한이 귀중한 추가점을 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김사연이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내자 곧바로 넥센 선발 문성현을 상대로 좌중간 적시타를 치며 추가점을 낸 것이다. 호투하고 있었던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을 생각하면 추가점은 중요했다.
2-0으로 앞선 6회에도 베테랑들이 득점을 합작했다. 두 번째 투수 하영민을 상대한 용덕한은 1사 후 침착하게 볼넷을 고르며 출루했고 박기혁이 좌전 안타를 치며 용덕한을 득점권에 보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대형은 우익수 방향 3루타를 기록했다. 2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귀중한 3루타였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신명철은 차분하게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며 1점을 더 만들었다. 중압감 있는 상황을 이겨낸 침착한 번트와 침착한 베이스러닝이 돋보였다.
이대형은 6회 2타점 3루타, 신명철은 추가점을 내는 귀중한 스퀴즈 번트를 합작했다. 신명철은 7회 위기에서 멋진 다이빙캐치로 이닝을 마무리짓는 호수비까지 선보였다. 용덕한은 첫 네 번의 타석을 모두 살아나가는(볼넷 2개, 몸에 맞는 공 1개, 안타 1개) 집중력으로 하위타선을 이끌었다. 이런 구심점 속에 김사연은 결승타 포함 3안타로 팀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결국 kt는 막판 고전하기는 했으나 8회까지 저축해둔 점수를 발판 삼아 6-4로 이기고 창단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타선도 타선이지만 마운드에서도 또 하나의 베테랑이 kt의 첫 승을 이끌었다. 바로 선발로 나선 만 38세의 옥스프링이었다. 조용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준비하던 옥스프링은 마운드에 오르자 책임감으로 무장한 투사가 됐다. 넥센의 장타력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정면승부하며 팀에 기를 불어넣었다. 7회까지 무려 121개의 공을 던지며 탈삼진 7개를 잡아내는 등 빼어난 투구를 펼치며 자칫 조급해질 수 있는 타선의 어깨를 다독였다.
kt는 젊은 팀이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아직 1군 경험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베테랑 선수들의 몫은 그 어느 팀보다 중요하다. 팀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고 그 분위기는 역시 경기장 내에서 만들어진다. kt의 감격적인 첫 승을 이끈 것은 그라운드에서 솔선수범한 형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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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