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축포’ kt의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1 20: 15

아쉽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11번을 내리 졌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승리가 있다는 것이 kt에는 귀중한 일이다. 승리라는 보약을 먹은 kt가 부담감에서 벗어난 채 다시 뛸 준비를 마쳤다.
kt는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과의 경기에서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의 호투와 기회 때마다 점수를 내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은 타선의 힘을 묶어 6-4로 이겼다. 이로서 kt는 1군 무대 첫 승리라는 감격을 맛봤다. 무려 11번 넘어지고 나서 만들어낸 값진 성과였다.
경기 전부터 비장한 각오가 덕아웃을 감싸고 있었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얼굴에 웃음기를 싹 숨긴 채 묵묵히 훈련을 임했다. 코치들도 이런 선수들에게 말없이 공을 던져줬다. 오늘은 반드시 연패를 끊겠다는 비장함과 절박함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그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선수들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런 집중력은 기회와 위기 상황 모두에서 빛을 발하며 첫 승으로 이어졌다.

사실 11연패를 당하는 동안 kt의 경기력이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롯데와의 개막 2연전에서 잘 싸웠고 그 후 삼성, KIA, SK로 이어지는 비교적 어려운 대진에서도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고비 때마다 한 끗이 부족했다. 수비에서는 쉽게 잡아야 할 공을 놓치는 실책이 나왔고 선발투수들은 그런 야수들의 허물을 감춰주는 데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여기에 타선은 계속 침묵하며 실타래는 계속 꼬여갔다.
역시 부담감이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첫 승에 대한 강박관념이 계속 kt를 무겁게 짓눌렀다. 한 코치는 “일단 1승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쉽지 않다. 선수들에게 ‘편하게 하라’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베테랑 선수들은 베테랑 나름대로의 책임감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어린 선수들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덕아웃에서 입 한 번 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첫 승과 함께 이런 부담감은 어느 정도 사라질 수 있다. 이제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에 임할 수 있다. NC가 그랬다. NC도 1군 첫 해였던 2013년 7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수비, 공격이 안 됐다는 점에서 올해 kt와 유사한 구석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첫 승을 거둔 뒤 심기일전했고 중반 이후로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꼴찌가 아닌 7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 NC의 전력보다 현재 kt의 전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탈꼴찌는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kt에게 바라는 것이 애당초 탈꼴찌가 아니었다. 가능성, 근성, 패기와 같은 단어였다. 그리고 그런 단어는 어깨에서 한결 부담을 덜 때 나타날 수 있다. kt가 첫 승과 함께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결코 만만히 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제는 상대 팀들이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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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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