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스승 양상문과 LG에 비수 꽂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4.11 20: 03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한 투구였다. 두산 베어스 좌완 에이스투수 장원준이 잠실 라이벌을 상대로 시즌 2승에 성공했다. 스승 양상문 감독과 지난겨울 자신을 노렸던 LG 구단에 비수를 꽂았다.
장원준은 11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 총 99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을 기록했다. 1회 2실점했으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어 던지며 2회부터 7회까지 무실점 행진에 성공했다. 완성도 높은 투구로 LG 좌타자들을 봉쇄했고, 마음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양상문 감독은 “원준이를 10년 동안 지켜봤다. 더 분석할 게 없다”고 농담을 섞어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양 감독은 2004시즌과 2005시즌 롯데 사령탑을 맡아 당시 신예였던 장원준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이후 양 감독은 2010시즌 롯데에 투수코치로 돌아왔고, 이미 에이스로 부쩍 성정한 장원준을 다시 지도했다. 장원준 또한 양 감독을 따르며 둘은 돈독한 사제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스승과 제자, 제자와 스승의 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장원준은 여유 있게 마운드를 지켜내며 전날 역전패로 고개 숙였던 두산의 반격을 주도, 선발승을 올렸다. 제자가 스승의 팀을 꺾은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겨울 두산과 LG, 양 팀 모두 FA 자격을 얻은 장원준을 바라봤다는 점이다. 당시 장원준은 롯데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원했고,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장원준의 LG행을 예상했다. 양상문 감독이 LG 사령탑을 맡고 있고, LG 또한 막강 선발진 구축을 위해 장원준이 필요했기에, 장원준이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 확률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두산이 빠르게 장원준에게 다가갔고, LG에서 내밀 수 없는 큰 규모의 계약 조건을 전달하며 장원준 영입에 성공했다. 두산 또한 2014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오명을 씻기 위해선 특급 선발투수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두산은 완벽한 계획 하에 장원준과 4년 84억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장원준의 FA 계약이 발표되고,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두산의 투자가 옳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장원준의 몸값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장원준이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문제였다.
그런데 장원준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뛴 첫 3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32로 수준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모습을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두산의 장원준 영입은 대성공이다. 리그 전체가 토종 선발투수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KBO리그에선 선수단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구단이 별도의 사치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룹의 지원만 든든하다면, 선수 보강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장원준을 잡은 두산과, 장원준을 잡지 못한 LG. 두산에선 만족스러운 함박웃음이, LG에선 아쉬움의 탄식이 터져나온 4월 11일 잠실구장이었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