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마저 사로잡는 유희관, 양상문도 감탄케 할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4.12 06: 01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은 KBO 리그에서 가장 독특한 투수 중 하나다. 130km대 초반의 느린 공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지난해에는 177⅓이닝을 소화해 토종 최다 이닝 투수가 되기도 했다.
그런 유희관은 이미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다소 야구선수답지 않은 체형과 느린공이라는 핸디캡이 있음에도 유희관은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씩씩하게 던진다. 과감한 승부는 날카로운 제구력과 함께 유희관을 지탱해주는 두 가지 힘이다. 팬 서비스 자세와 뛰어난 유머감각 등 경기 외적인 부분은 덤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 역시 유희관을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유희관의 모습은 염 감독이 보기에도 다른 투수들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했다. 유희관은 지난 7일 잠실 넥센전에서 5⅔이닝 12피안타 7탈삼진 5실점 부진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염 감독은 그를 칭찬했다.

넥센의 이번 시즌 화두는 ‘볼넷 내주지 않기’다.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염 감독은 “우리 팀의 올해 목표는 볼넷을 안 주는 것이다. 좋은 예가 유희관이다”라고 말했다. 7일 유희관과 맞붙은 라이언 피어밴드 역시 6⅓이닝 동안 볼넷 없이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으나 염 감독은 난타를 당하면서도 공짜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유희관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염 감독은 이날 유희관의 투구에 대해 “12안타를 맞고 홈런 2개를 내줬는데도 5실점으로 막았다. 그래서 경기가 느슨해지지 않고 야수들의 실책도 안 나온 것이다. 그렇게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넥센 투수들이 유희관 같은 투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염 감독은 “볼넷도 있었다면 12안타에 7, 8점은 줬을 것이다. 볼넷이 나오면 야수들의 피로도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의 말대로 볼넷이 나오면 투구 수도 늘어나고 야수들도 맥이 빠진다. 수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로해지고, 팀의 공격력에도 영향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1, 2경기에서 수비를 조금 더 한다고 야수들의 체력이 바닥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44경기 중 그런 경기가 자주 나오면 날씨가 더워졌을 때 팀 전체 컨디션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유희관 같은 투수는 야수들의 체력까지 아끼게 해준다. 염 감독이 5실점한 상대 선발투수를 이례적으로 칭찬한 것도 이런 부분들까지 감안한 결과다.
염 감독에 앞서 김성근 감독도 1일 대전 한화전에서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한 유희관에 관심을 나타냈다. “좋은 투수구나 싶다. 상대로서는 까다롭게 느낄 수밖에 없다. 연타를 잘 맞지 않고, 대량 실점을 하지 않는다. 스피드에 욕심 부리다가 망가질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똑똑한 투수 아닌가 싶다. 성격도 좋고 밝아 보인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유희관의 이번 등판은 12일 잠실 LG전이다. 잠실 라이벌전에서 유희관이 보여줄 피칭에 따라 자신의 시즌 2승은 물론 팀의 위닝 시리즈 여부도 결정된다. 유희관이 김성근, 염경엽 감독에 이어 양상문 감독까지 자신을 만나는 모든 적장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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