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전국구 에이스의 '화려한 귀환' 비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12 06: 10

전국구 에이스의 화려한 귀환이다. 
NC 최고참 투수 손민한(40)이 10년 전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손민한은 지난 11일 마산 SK전에서 6⅓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5일 마산 한화전에 이어 2연승으로 시즌 3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하며 2승1패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 중이다. 10년 전, 롯데 에이스로 MVP를 차지했던 그는 이제 불혹의 나이가 돼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 115타자 연속 무볼넷, 극강 제구력

손민한은 올해 3경기 19이닝 동안 68타자를 상대로 사사구가 하나도 없다. 지난해부터 무볼넷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손민한의 마지막 볼넷은 지난해 8월8일 마산 LG전 6회 1사 3루에서 박용택에게 내준 것으로 그로부터 올해까지 29⅓이닝을 던지며 115타자 연속 무볼넷 행진 중이다. 이 사이 몸에 맞는 볼이 하나 있었을 뿐 쓸데없이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투구와 극강의 제구력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손민한은 과거 빠른 공을 던질 때에도 제구가 좋은 투수로 유명했다. 지금은 예전처럼 강속구를 던질 수 없지만 원하는 곳으로 구석구석 찌르는 제구는 어디로 가지 않았다. 손민한 스스로도 "항상 해오던 스타일대로 던지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고 말한다. 볼을 던져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놀기 때문에 타자들의 방망이도 쉽게 나온다. 
▲ 변화무쌍한 공, 타자 심리 이용
손민한의 연속 무볼넷은 그의 투구가 얼마나 공격적인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손민한의 투구를 보면 '뭐 하러 볼넷을 주나, 맞혀 잡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던지는 듯하다"며 "공에 변화가 많으니까 가능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손민한은 기본 속구 외에도 투심·슬라이더·커브·포크볼·체인지업까지, 최대 6개 구종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그 중에서도 투심의 움직임이 뛰어나다. 
NC 최일언 투수코치는 "볼에 변화가 많고, 움직임이 좋다. 타자의 심리를 알고 던지기 때문에 쉽게 맞혀 잡을 수 있다.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컨디션만 되면 잘 던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하며 변화무쌍한 공을 던지기 때문에 한 번 페이스에 말리면 끌려 다니게 된다. 포수 김태군은 "민한 선배님만의 루틴과 템포가 있다. 템포에 맞춰드리는 것 말고는 내가 따로 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 5일 휴식-100구 미만, 세심한 관리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손민한이 꾸준하게 제 몫을 하고 있는 데에는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NC 김경문 감독은 "민한이는 5일 휴식의 로테이션을 지켜줘야 한다. 지금 당장 1승한다고 우승할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써서 좋을 게 없다"며 "100구 미만으로 5이닝만 넘기면 끊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40세의 나이를 감안해 무리시키지 않고 조절해주는 것이다. 
손민한의 시즌 3경기 투구수는 88개-79개-83개로 모두 90개 미만이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5~6이닝을 기준으로 100개 정도 되면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6회까지 던져도 투구수가 여유 있으면 한두 타자만 더 상대하고 끊는다"고 설명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100구 이상 던질 수도 있지만 코칭스태프는 길게 내다보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한 경기가 아니라 한 시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지막이란 각오, 풀타임 선발 목표
NC는 올해부터 신생팀 혜택이 사라져 외국인 투수 +1명 효과가 사라졌다. 하지만 손민한이 지난해 3번째 외국인 투수였던 태드 웨버를 능가하는 투구로 공백을 지워버렸다. 김경문 감독은 "민한이가 던지면 정말 편하다. 점수를 적게 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스트라이크를 쉽게 던지고 투구 템포가 워낙 빨라 같이 뛰는 수비수들도 집중력이 좋아진다"며 "이렇게 한 시즌 던져주길 바랄 뿐이다"고 기대했다. 
손민한도 마지막이란 각오로 풀타임 선발에 도전한다. 그는 "이젠 정말 팀의 주축으로서 역할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다. 감독님께서 선발 기회를 주셨고, 야구인생의 마지막을 조금 더 흥분할 수 있게끔 분위기가 된 것 같다"며 "모든 선발투수들의 목표가 그렇듯 몸만 따라준다면 풀타임 선발을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다. 내가 선발로 던지며 팀 성적까지 좋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소망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한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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