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기다려 온 안타가 드디어 터졌다. NC 유격수 손시헌(35)이 지독한 타격 슬럼프를 딛고 마침내 안타 가뭄을 깼다.
지난 11일 마산 NC-SK전. 경기장에서 가장 큰 함성이 터진 순간은 7회 손시헌의 좌전 안타 때였다. 손시헌은 SK 투수 채병룡의 3구 바깥쪽 낮은 119km 커브를 잡아당겨 깨끗한 좌전 안타를 때렸다. NC 덕아웃 선수단과 마산 홈 관중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다.
손시헌의 표정은 애써 담담했지만 입가에 살짝 번지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이 안타는 손시헌이 정규경기에서 무려 188일 만에 맛본 귀중한 한 방이었다. 지난해 10월5일 마산 두산전에서 7회 윤명준에게 중전 안타를 때린 뒤로 손시헌은 무려 48타석에서 안타를 못 쳤다.

지난해 마지막 4경기 12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손시헌은 올해 개막 후에도 9경기 33타석 연속 무안타 침묵을 지켰다. 결국 11일 마산 SK전에서도 첫 3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손시헌은 KBO리그 역대 최장 48타석 무안타 불명예 기록을 새로 갈아치우고 말았다.
종전에는 유지훤 두산 수석코치가 KBO리그 초창기 시절 기록한 47타석 연속 무안타. 1983년 7월12일 대구 삼성전부터 8월6일 구덕 롯데전까지 안타가 없었다. 철옹성처럼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유지훤의 연속 무안타 기록이 무려 32년 만에 손시헌에 의해 깨진 것이다.
이 기간 가장 마음고생이 컸던 사람은 손시헌 본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김경문 감독의 속도 타들어갔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겉으로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작년에도 시헌이 방망이가 조금 늦게 터졌다. 좋은 말로 격려해주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도 처음 한두 번이다. 계속 그런 말을 하면 본인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며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김 감독은 "안 될 때에는 말을 아끼고 그냥 가만히 미소 짓고 보는 것이다"며 묵묵히 인내했다.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서는 선발에서 빼며 하루 쉬어가는 시간도 줬지만 이튿날부터는 다시 선발로 넣었다. 김 감독은 "야구는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준다.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자신감을 갖고 써줘야 팀이 멀리보고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방망이는 터지지 않았지만 손시헌은 유격수 수비에서 변함없는 안정감으로 NC의 내야진를 이끌었다. 그리고 고대해 온 안타가 터지며 타격에서 심리적 부담도 벗었다. 김 감독의 묵묵한 인내에 마침내 보답한 것이다. 지난해 개막 첫 10경기에서도 손시헌의 타율은 2할1푼2리였지만 시즌을 마쳤을 때 타율은 2할9푼3리였다. 김 감독 말대로 조금 늦게 터졌다. 올해도 발동은 늦게 걸렸지만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