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맡겨도 든든하다. 한화 우완 안영명(31)이 전천후 투수로 중요한 순간 그 진가를 발휘했다.
안영명은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선발로 나와 6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를 펼치며 선발승을 따냈다. 지난 2010년 4월3일 대전 삼성전 이후 1834일 만에 거둔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구원으로 3일 연투 이후 하루만 쉬고 나왔지만 투혼의 85구를 뿌렸다.
안영명의 선발등판은 10일 롯데전이 연장 11회까지 길어지며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다. 7~9일 대전 LG전에서 구원으로 모두 등판한 안영명은 3연전 마지막 날 2⅓이닝 무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끝내기 승리에 중요한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날 경기 후 안영명은 "감독님의 지시에 맞춰야 하는 게 선수의 임무다. 감독님이 '몇 이닝 던져라, 며칠 던져라, 선발로 던져라'고 하면 오더에 맞춰 하는 것이 선수의 의무다. 불만은 당연히 없고,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정말 이틀 뒤 안영명에게는 선발등판 기회가 왔다.
연일 혈전으로 마운드 총력전을 벌이다 선발 로테이션이 꼬여버린 한화는 11일 롯데전 선발이 비어버렸다. 김성근 감독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얼마 없었다. 그나마 하루를 쉬었고, 선발 경험이 있는 안영명이 적합했다. 자칫 팀이 크게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에서 5이닝을 무자책으로 막는 투혼을 발휘했다.
위기의 순간, 전천후 투수의 진가가 빛난 것이다. 지난 2003년 프로 데뷔한 안영명은 올해까지 13년 통산 322경기 39승16세이브36홀드를 따냈다. 기록에서 나타나듯 선발·중간·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2009년에는 선발로 두 자릿수 승수(11승), 지난해에는 구원으로 7승4세이브6홀드를 기록했다.
긴 이닝을 던지는 선발, 선발의 조기강판 이후 나오는 롱릴리프, 마무리 앞에서 던지는 셋업맨, 경기 마지막을 끝내는 마무리까지 안영명은 한화의 팀 사정에 따라 정말 다양한 보직을 옮겨 다녔다. 올해처럼 마운드가 비상 체제로 운용되는 상황에서 전천후 투수 안영명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안영명은 "보직에 따라 던지는 스타일이 변하지만, 거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바뀐다. 그동안 특A급 활약은 아니라도 그런대로 어려움 없이 해왔다. 어떤 보직이든 다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전천후 투수' 안영명이 있어 한화는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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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