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다. 2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맹활약이다. SK 불펜의 수호신인 정우람(30)이 예상보다 빠르게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는 정우람의 특수한 상황을 생각하면, 이는 예상보다 거대한 가치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약 2년여의 군 복무를 마치고 SK 마운드에 돌아온 정우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마무리 윤길현에 앞선 필승 자물쇠로 출전하고 있는 정우람은 올 시즌 5경기에 출전해 2승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SK가 승리한 7경기 중 5경기에 나서 팀의 리드를 지켰다. 정우람의 활약 덕에 SK는 선취점을 뽑은 7경기, 7회까지 앞선 7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세부 기록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피안타율은 단 6푼7리다. 피장타율도 똑같은 6푼7리다. 큰 것을 얻어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80으로 역시 특급이다. 놀라운 것은 탈삼진 제조 능력이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무려 14.40개에 이른다.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회전력이 좋은 빠른 공, 그리고 최고 무기인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타자들의 헛방망이를 유도하고 있다. 완벽한 제구가 이뤄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당초 정우람의 올 시즌을 놓고서는 “처음부터 크게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우람이 착실히 몸을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2년의 공백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몸 상태도, 실전 감각도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냐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김용희 감독이 개막 마무리를 윤길현으로 낙점한 것도 정우람에게 이런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정우람은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직 구속이 덜 올라왔지만 지금도 워낙 좋은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기에 큰 문제는 아니다. 1이닝 이상 투구 경기도 두 번 있을 만큼 체력에는 이상이 없다. 좌·우타자를 가리지도 않는다. 예전 모습 그대로다. 그렇다면 올해 FA 대박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우람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스스로도 “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올 시즌의 근사한 동기부여 중 하나다.
정우람은 리그 최고의 왼손 불펜 요원이다. 2007년 이후 393경기에서 26승12패85홀드45세이브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성적에서 정우람의 기록에 필적할 수 있는 선수는 안지만(삼성)과 권혁(한화) 정도다. 구원으로만 한정했을 때 안지만은 382경기에 나가 38승15패124홀드10세이브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우람은 2년을 쉬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권혁은 446경기에서 31승19패108홀드1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으나 평균 소화 이닝에서는 정우람에 비해 떨어진다.
안지만은 지난해 FA 시장에서 삼성과 4년 65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불펜 최고액이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통합 4연패에 대한 보상,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이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정우람도 마찬가지다. SK의 3연패에 공헌한 부분이 있으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여기에 데뷔 이후 고장이 거의 없었다는 것, FA 취득 시점의 나이가 안지만에 비해 1년 더 적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가며 건재를 과시한다면, FA 대박 대기 타석에 들어설 것은 확실시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