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남들보다 신제품 정보에 빠르고 먼저 구입해 사용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한국은 IT 강국으로 얼리 어답터 성향이 강한 시장으로 여겨진다. 이는 IT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해당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시장이다.
최근 거대한 M&A를 마치고 한 가족이 된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가 합병 이후 2번째 글로벌 전략 모델의 시험무대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FCA코리아는 지난 2월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겨뒀던 중형 세단 세그먼트를 공략할 신차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을 출시했다.
지난 9일 동급 최초 ZF 9단 변속기 장착을 주무기로 내세운 ‘올 뉴 크라이슬러 200C(이하, 올 뉴 200)’을 타고, 편도 1시간 30분(규정 속도 준수 시)의 왕복 182.3km 거리를 달려봤다. 경유지인 인천공항까지 주로 이용한 올림픽대로는 평일 목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량이 많아 규정 속도 주행과 서행을 번갈아 가며 서울 시내의 실 주행 환경 하에 시승을 하게 됐다.

▲ 작아보이게 만드는 곡선 위주의 디자인
FCA코리아는 ‘올 뉴 200’ 소개시 “이탈리아 감성이 반영된 인테리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올 뉴 200’은 미국의 크라이슬러 브랜드 하에 출시됐지만 대담하고 굵은 직선을 선호하는 미국식 스타일보다 외관과 내관 모두, 피아트와 마세라티 등 이탈리아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차체가 작다는 오해도 받지만 현대차 ‘그랜저 HG’보다 전고는 20mm 높고, 전폭은 10mm 넓다.
출시 전 포토샵 누끼컷으로 ‘올 뉴 200’을 접했을 때는 상당히 촌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특히 애매한 각도의 보닛과 밋밋해 보이는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는 90년대 국내 세단처럼 다가왔다. 다행히 실물로 만난 ‘올 뉴 크라이슬러’는 걱정만큼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완만한 ‘V’라인의 크롬장식과 헤드램프의 L자 LED 데이라이트가 작은 라디에이터그릴 대신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와 대칭을 이루는 에어인테이크 홀의 크롬은 멀리서도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보닛의 캐릭터 라인을 좀 더 깔끔하게 정돈했다면 전면부의 장식 요소들이 더욱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세단들보다 루프의 라인이 더욱 날렵해 측면부가 뒤로 갈수록 미끈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2열에서 헤드룸을 아주 여유 있게 확보해주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후면부도 곡선으로 마무리돼 마치 선한 옅은 미소를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날개를 활짝 펼친 크라이슬러 엠블럼은 리어 스포일러 아래 중앙에서 포인트가 돼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생각보다 큰 스티어링 휠과 돌출된 곡선의 대시보드로 공간이 협소할 것이라고 예상되던 1열은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푸른빛의 계기판은 시인성이 높고, ‘미래’와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7인치 디스플레이와 주요 버튼이 로터리 방식으로 돼 있는 센터페시아는 깔끔하면서도 사용 편의성이 우수하다. 이 덕에 컵홀더 위치가 앞으로 당겨져 사용이 편리했고, 그 아래 슬라이드를 열면 나타나는 공간은 넉넉한 수납이 가능하다. 센터페시아 아래의 별로 수납공간은 주행 시에는 사용이 불편하나 드라이빙 슈즈나 핸드백이나 파우치 등을 넣어놓기에 유용하다.
▲ 9단 변속기 장착의 공인연비가 아쉬워
생김새를 뜯어봤으면 달리고 멈추는 성능도 살펴볼 차례. 특히, 동급 최초로 적용된 9단 변속기의 쓰임새가 가장 궁금했다. FCA의 9단 변속기는 지프 ‘체로키’에 이어 2번째로 적용됐으며 업계 최초 탑재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이보크’가 끊었다.
다이얼 방식의 기어를 ‘D’에 두고, 액셀을 밟자 ‘올 뉴 크라이슬러’는 진즉 준비돼 있었다는 듯 바퀴를 굴렸다. 액셀과 브레이크 모두 발끝에서 전해지는 초반 반응이 상당히 민감한 듯 하나, 찰나의 순간 이후로는 매끄러운 가/감속과 제동 성능을 제공한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완만하게 속도를 끌어올리면 주로 4000rpm 아래의 실용영역을 넘지 않는 선에서 주로 60km/h 내외는 5,6단, 70km/h~80km/h는 7단 100km/h 언저리에서는 7단과 8단을 오르내린다(완속 시). 액셀을 더 깊게 밟고, 엔진의 빠른 회전을 재촉하면서 9단까지 단수를 올리면 속도감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이후 속도가 100km/h에서 99km/h로 떨어지는 순간 기어는 9단에서 8단으로 바뀐다.
저속기어 위주의 ‘L’ 모드는 설명대로 역시나 언덕길 주행에서 강한 모습을 드러냈다. 압구정에서 역삼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위치한 언덕이 짧은 것치고는 경사가 높다고 할 수 있는데, rpm이 4500을 넘어가며 30~40km/h 속도와 기어 5단으로 언덕을 오르다가 기어를 ‘L’로 바꾸자마자 3단으로 변속, 엔진의 회전속도와 소음도 잦아지며 가뿐하게 언덕을 지났다.
평소 급한 성격을 조금 죽이고, 일반 운전자에 근접한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올 뉴 크라이슬러200’의 연비는 리터당 13.69km(총 184.3km 주행)로 나타났다. 연비 운전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올 뉴 200C’ 공인연비가 10.5Km/인 것에 의아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날 함께 시승을 했던 다른 차량들도 11.49km/l(194.1km), 14.29km/l(208.0km) 등 공인연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FCA 코리아 측이 ‘올 뉴 200’의 공인연비에 아쉬움을 표할 만한 구석이다.

FCA 코리아는 ‘올 뉴 크라이슬러’의 목표 판매량으로 월 100대를 산정했고, 지난 2월과 3월 각각 103대와 139대가 판매됐다. 두 달 모두 목표치를 상회했지만 ‘올 뉴 크라이슬러’ 출시 행사장에서 송승국 세일즈 상무가 밝혔던 사전예약 물량이 200대인 것을 감안하면 ‘올 뉴 크라이슬러’의 진가는 4월 이후의 판매량을 통해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 뉴 200’은 I4 직분사 2360cc 가솔린 엔진에 독일 ZF사의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최대출력 187hp, 최대토크 24.2kg.m를 지원하며 가격은 리미티드 모델이 3180만 원, C 모델이 3780만 원이다.
fj@osen.co.kr
올 뉴 200C 전측면, 측면, 주행컷,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후면(위부터).

올 뉴 200C 엠블럼.

올 뉴 200C 계기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