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가르쳐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2011년 광주 FC에서 K리그 무대에 발을 내딛었을 때 김동섭(26, 성남 FC)은 만 22세의 나이에 불과했다. 2007년 일본 시미즈 에스펄스를 거쳐 도쿠시마 보르티스에서 뛰기는 했지만, 경험을 쌓았다고 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만희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기획단장)의 신뢰와 격려 속에 7골 2도움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K리그 입성을 했다.
김동섭은 조금씩 성장했다. 어렸을 때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성장의 폭은 넓지 않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2년 7골을 기록한 김동섭은 2013년 성남으로 이적해 14골 3도움으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그 해 김동섭은 A대표팀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동섭은 성남의 희망이자, 차세대 공격수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김동섭은 2년 전의 김동섭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4경기에 출전했음에도 4골에 그친 김동섭은 이번 시즌 부활의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주전에서도 밀렸다. 성남의 최전방을 책임지던 김동섭은 부산전에서 측면에서 뛰었다. 최전방 자리는 김동섭이 아닌 황의조가 차지한 지 오래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김동섭의 선발 기용에 대해 "오늘도 속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확신은 없지만 187cm의 장신과 매우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김동섭이 살아만 난다면 성남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포기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주전 보장은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자기 자리는 자기가 지키고, 남의 자리는 자기가 빼앗아야 한다"며 김동섭이 좋은 경기력으로 주전 자리를 다시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의 의도를 김동섭이 모를 리가 없었다. 김동섭은 안정된 부산의 수비를 뚫기 위해 경기 내내 노력했다. 폭발적인 드리블과 장신은 전반 33분과 전반 36분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33분에는 왼쪽 측면을 홀로 돌파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고, 전반 36분에는 김성준의 크로스를 기회에서 정확히 머리에 맞췄다.
하지만 자신감이 부족했다. 전반 33분 시도한 슈팅은 주춤하면서 슈팅 타이밍을 놓친 나머지 골키퍼 이창근에게 완전히 막혔고, 전반 36분 헤딩슛은 방향을 바꾸지 못해 이창근의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김동섭이 전반전에 시도한 두 차례 슈팅은 이날 성남의 공격 중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기회 포착은 뛰어났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김동섭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김학범 감독은 후반 28분 김동섭 대신 히카르도를 투입했다. 공교롭게도 히카르도는 문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자신이 직접 키커로 나서 골문을 흔들었다. 김학범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기대에 부응한 히카르도에게 신뢰가 더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동섭이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가르쳐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며 더 발전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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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