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선수들의 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의 구상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2~3경기 연속으로 선발 출장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강정호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 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8번 유격수로 출전했다. 올 시즌 대타로 1경기, 대수비로 1경기에 나섰던 강정호는 11일 경기에서 휴식을 취했고 이날 MLB 첫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당초 현지 언론에서는 강정호가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밀워키와의 3연전 중 선발 데뷔전을 가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와 같은 전망이 맞아 떨어졌다.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3회 첫 타석과 6회 두 번째 타석에서 모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강속구를 던지는 상대 선발 지미 넬슨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싱커성 궤적에 당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완 윌 스미스의 95마일(153km) 빠른 공을 받아쳤으나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한 경기 성적인 만큼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강정호가 적응기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구단도, 감독도 적응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심산이다. 162경기의 대장정을 치르면서 주전 선수들로만 한 시즌을 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허들 감독은 벤치 선수들로 한 경기 라인업을 짜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경기 후반 조금씩 출전시키는 것보다는 아예 한 경기를 맡기는 것이 낫다는 게 허들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 이런 구상에 따라 12일 선발 라인업에는 강정호를 비롯, 앤드루 램보, 코리 하트까지 올 시즌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대거 기회를 잡았다. 램보의 경우는 앤드루 매커친의 가벼운 부상 여파를 등에 업은 감이 있지만 강정호와 하트는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노리는 선수들이다.
허들 감독은 12일 경기를 앞두고도 이런 구상을 재확인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백업 선수들이 이틀 연속 선발 출장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지역 언론인 ‘피츠버그 트리뷴’은 강정호가 2~3경기 연속 출장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고 허들 감독은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언론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강정호,하트, 로드리게스까지 모두 이런 컨셉에 포함되어 있는 선수들이다. 2경기일지, 3경기일지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강정호는 벤치를 지키면서 1주일에 2번 정도 선발 출장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2경기 연속일 수도 있으며 활약상에 따라서는 3경기 연속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물론 한 포지션을 계속 보는 것이 아니라 휴식이 필요한 주축 선수들의 자리에 번갈아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시범경기에서 유격수, 2루수, 3루수를 모두 소화했던 강정호이기에 피츠버그도 선택폭이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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