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한화)의 손을 떠난 공이 황재균의 몸을 맞히면서 약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별다른 사태로 확전되지는 않았으나 팬들로서는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상황은 더 큰 문제가 됐다.
12일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은 롯데가 11-1로 크게 앞선 4회 2사 1루에서 약간 살벌한 기운이 돌았다. 김민우가 던진 초구 빠른 공이 황재균의 등을 맞혔다. 초구였고 빠른 공이었다는 점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약간의 고의성이 있다고 여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황재균은 잠시 마운드를 노려봤다. 이른바 빈볼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타자들이 가장 잘 안다. 공을 던질 때 투수들의 릴리스 포인트와 눈을 보면 '타깃'이 포수 미트인지, 혹은 타자의 몸인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분명 위화감을 느낀 듯 했다. 그러나 역시 마운드와 타석 사이에 공기가 좋지 못한 것을 느낀 김성철 주심이 제지하며 황재균은 1루로 걸어 나갔다.

걸어 나가는 과정에서도 황재균은 김민우가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약간은 억울한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다만 1루에서 황재균을 기다리던 1루수 김태균이 웃음으로 맞이하고 김민우가 모자창을 잡아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해설위원은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했을 정도로 오해는 할 수 있었던 상황. 다만 황재균이 감정을 잘 삭이며 큰 일이 되지는 않았다. 한편 롯데는 5회 1사 1,3루에서 정훈이 또 한 번 공을 맞았다. 그러나 이는 이동걸의 손에서 명확하게 빠진 공으로 롯데도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15-1로 롯데가 앞선 6회 다시 황재균이 계속된 몸쪽 승부 끝에 엉덩이 부위에 공을 맞았다. 4회 상황보다는 더 명백한 빈볼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롯데 선수들도 참지 않았다. 이미 4회부터 참고 있었던 롯데 선수들은 일제히 벤치로 뛰어 나왔고 한화 선수들도 나오며 그라운드 중반에서 대치했다.
결국 두 팀의 대치 끝에 이동걸은 퇴장 명령을 받았다. 김성근 감독이 퇴장 판정에 항의했으나 번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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