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벤클 왜 나왔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12 20: 10

올 시즌 1호 벤치 클리어링은 사직구장에서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은 12일 사직 경기는 경기 초반부터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고 결국 벤치 클리어링까지 터졌다.
롯데가 15-1로 크게 앞선 5회말. 황재균은 한화 3번째 투수 이동걸이 던진 3구에 등을 맞았다. 1구와 2구 모두 직구가 몸쪽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3구까지 다시 등으로 날아들자 황재균도 폭발했다. 황재균이 헬멧을 집어 던지고 마운드로 향하자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양 팀 선수간 추가적인 물리적 충돌은 없었고, 빈볼을 던진 이동걸은 김성철 구심으로부터 퇴장 처분을 받는 데 끝났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잠시 항의했지만 퇴장을 수용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3연전 마지막 날 벤치 클리어링이 터진 건 이 장면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앞서 4회에는 황재균이 한화 김민우의 공에 등을 맞았다. 황재균은 4회와 5회 두 번 연속 사구를 맞았다. 타자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고의인지 아닌지 누구보다 잘 안다. 김민우의 릴리스포인트는 포수 미트가 아니라 타자 등쪽이었다. 이 장면을 놓고 롯데 벤치에서도 고의 투구로 판단했다.
한화 벤치에서 고의로 황재균을 맞히라고 지시했다는 확증는 없지만, 정황상 기싸움을 벌인 건 사실로 보인다. 왜 하필 황재균이 두 번이나 맞았을까. 황재균은 앞선 1회 두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7-0에서 2루 도루를 했다.
큰 점수차에서 나온 도루, 그리고 번트에 대한 감정싸움은 앞선 10일 1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는 8-2로 앞선 6회말 황재균이 2루타를 치고 나갔고, 하준호가 희생번트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황재균은 2사 후 3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기 후 한화 측에서는 '점수 차가 6점이나 나는데 왜 번트를 대냐'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고, 롯데에서는 '요즘 5~6점 차가 큰 점수 차인가. 한 번 공격에 뒤집히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맞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0일 경기에서 한화는 2-8로 끌려가다가 8회 1점, 9회 5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 '몇 점차 번트, 도루 금지'와 같은 규정은 없지만,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리그 사정을 감안하면 경기 중반 더 달아나려는 롯데의 작전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롯데는 1점이 모자라서 연장전까지 갔으니 말이다.
1차전 6회말 8-2 무사 2루 번트 시도에서 비롯된 양 팀의 신경전은 3차전으로 건너 와 벤치 클리어링으로까지 번졌다. 마침 이날 경기는 홀로 늦게 열리는 '선데이나이트 베이스볼', 모든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었다. 한화는 3-15로 패했다. 경기도 졌고, 매너에서도 졌다.
cleanupp@osen.co.kr
2012년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한화-롯데 벤치 클리어링.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