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고 포기할 수 없는 승부가 이어진 적도 많았다. 그 결과 한화 불펜은 1주일 동안 있는 힘을 다 짜내야 했다. 그 불펜 덕에 천신만고 끝에 5할 승률을 맞출 수 있었지만 불펜 투수들의 체력 관리는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는 7일 대전 LG전부터 12일 사직 롯데전까지 이번주 6연전에서 3승3패를 기록했다. 이번주 최고의 화제 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경기가 막판까지 알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지며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주중 LG와의 3연전은 2승1패로 마무리했으나 모두 1점차 승부였다. 10일 사직 롯데전은 역전과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 끝에 1점차로 패했다. 11일 롯데전 4-1 승리도 비교적 빡빡한 경기였다.
그 결과 불펜 투수들의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리드를 잡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지는 경우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양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약간의 무리한 등판 일정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에 12일 경기에서는 크게 졌으나 선발 탈보트가 1회를 버티지 못하고 내려가는 바람에 나머지 7⅓이닝을 불펜 투수들이 책임져야 했다. 자연히 불펜 투수들이 소화해야 할 이닝은 훨씬 더 늘어났다.

이미 11일까지도 주간 불펜 투구수가 가장 많았던 한화였다. 한화는 7일부터 11일까지 5경기에서 불펜 투수들이 총 434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와 이닝(23이닝)에서 모두 독보적인 1위였다. 투구수와 이닝에서 2위은 KIA(345개, 18⅔이닝)였는데 100개 가까운 차이가 났다. 여기에 12일 경기까지 포함하면 이번주 한화 불펜 투수들의 투구수는 무려 583개였다. 반면 선발 투수들은 512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가장 고생한 선수는 권혁이었다. 7일 LG전서 2⅓이닝 39개를 던진 권혁은 다음날 ⅔이닝 14개를 던졌다. 하루를 쉬고 나선 10일 롯데전은 절정이었다. 팀이 동점을 만들자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길 때까지 2⅔이닝 동안 51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주간 총 투구수가 100개가 넘었다. 루키 김민우는 9일 경기에서 22개, 10일 경기에서 20개, 그리고 12일 경기에서 69개를 던져 역시 100개를 가뿐히 넘겼다.
7일부터 9일까지 주중 3연전에 모두 등판해 50개를 던졌던 안영명은 하루를 쉬고 선발로 등판,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팀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보편적인 상식적 기용은 아니었다. 5일 78개를 던진 뒤 3일 휴식 후 9일 경기에 선발로 나서 3⅔이닝 동안 67개를 던진 유창식 또한 11일 롯데전에 구원으로 나와 또 하나의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마무리 윤규진은 7일 1⅔이닝 34개, 9일 1이닝 32개를 던졌다. 결국 어깨에 약간의 통증을 호소해 2군으로 내려가 다음주까지는 활용할 수 없다. 2군에서 올라온 송창식은 10일 46개, 11일 28개를 던졌다. 12일 첫 등판을 가진 이동걸은 29개, 김기현은 43개를 소화했다. 반면 박정진은 7일부터 9일까지 3일 연투를 했고 롯데전에는 나서지 않았다. 허유강은 10개, 정대훈도 20개만을 던졌다.
아직 야수진 전력이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투수들의 투혼과 희생으로 만든 5할이라고 할 만하다. 초반에 처지면 중반 이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약팀’의 이미지를 빨리 바꿔놓을 필요도 있는 한화다. 김성근 감독이 독하게 이번주 투수 운영을 한 이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승패차를 줄이지 못한 것도 내심 아쉽다.
이런 투수 운영을 시즌 내내 하기 어렵다. 한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이 버티기 힘들다. 김성근 감독의 머릿 속에도 다른 구상이 있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배영수가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돌고 이태양이 돌아올 때 마운드 전략을 다시 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수 교체로 경기 흐름을 자르고 가져오는 김 감독의 성향상 올 시즌 전반적으로 불펜 투수들이 많이 활용될 것임은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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