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우리도 손 한 번 잡아보자 했어" 조범현 kt 감독
개막 후 11연패에 빠져 있던 kt는 지난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6-4로 이기며 의미있는 창단 첫 승을 일궈냈다. 다음날인 12일 조범현 감독에게 "오랜만에 경기 끝나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나눠보니 어땠냐"는 질문을 던지자 "안그래도 얼마 전에 '우리도 손 한 번 잡아보자. 하이파이브 한 번 해보자'고 했어. 말로는 '네 알겠습니다!', '이기겠습니다!' 하더니 그날도 한 점차로 졌었지"라며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되돌아보곤 미소지었다.

▲ "우리 와이프가 짠하대" 이광근 kt 수석코치
지난 11일 목동 넥센-kt전. 이광근 kt 수석코치는 경기 전 훈련 도중 외야에 몸을 풀러 나가는 박세웅의 등을 툭툭 치더니 "우리 와이프가 (박)세웅이만 보면 그렇게 짠하대. 제일 잘던지는데…"라면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kt 토종 선발 중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하고 있는 박세웅은 첫 2경기에서 5이닝 3실점, 5이닝 4실점으로 2패를 안았다. 12일 넥센전에서는 3이닝 2실점했다.
▲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 왜 이렇게 자주 나와" -안치용 KBSN 스포츠 해설위원
안치용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야구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사상 첫 1,2군 사이클링 히트 달성이 그것이다. 안치용 위원은 LG 시절이었던 2003년 4월 15일 원당 상무전서 역대 9번째 퓨처스리그 사이클링 히트에 이어 2008년 6월 26일 대구 삼성전서 역대 12번째 1군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안치용 위원은 10일 대구 삼성-KIA전을 앞두고 에릭 테임즈(NC)의 사이클링 히트 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 왜 이렇게 자주 나와. 5~6년에 한 번씩 나와야 하는데 말야. 너무 빨라. 금방 잊혀져"라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우리는 하루살이야" -김성근 한화 감독
올해부터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 감독의 마운드 운용 전략이 화제다. 선수 기용 여부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는 하나 마구잡이식 투입은 선수의 부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한국시리즈 같은 마운드 운용을 하고 있다. 벌써부터 '과부하'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 구단 관계자는 "무슨 신용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아직도 쌍팔년도 야구를 합니까"라고 김성근 감독의 투수 기용 방식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우리 야구를 뭐라 뭐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하루살이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 이 팀에서는 내일을 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왜 모양을 갖추려고 하나. 팀 사정에 맞춰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야, 그거 PO 3차전서 이대형 잡았던 글러브야" - 임재철 롯데 외야수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은 11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우익수로 출전, 실책 2개를 저질렀다. 본인도 "내가 너무 안일하게 수비를 했다"고 반성하기도. 그런데 옆에서 그 말을 듣던 임재철은 "그날 나랑 글러브 바꿔 꼈는데 왜 실책이 나왔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재철은 "그 글러브, (2013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내가 이대형 홈보살로 잡을 때 썼던 건데 실책이 나올 리가 없다"면서 웃었다. 손아섭은 그저 "선배님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 “경희대 체대 출신인데 당연하죠” - 두산 베어스 홍성흔
홍성흔은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타석에서 상대 투수 임지섭의 공을 피한 후 멋진 낙법을 선보였다. 입지섭의 투구가 왼쪽 발을 향했는데 홍성흔은 민첩성을 발휘해 하체를 뒤로 뺐고, 곧바로 앞구르기를 하면서 야구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다음날인 11일 홍성흔은 “경희대 체대 출신인데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본적인 것은 다 할 줄 안다. 앞구르기, 낙법, 점프 등등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 “말년 병장이 따로 없네” -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지난 9일 잠실 넥센전에서 유네스키 마야와 함께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다음날인 10일 두산 김태형 감독은 덕아웃에 들어오는 양의지를 향해 “노히트노런 캐처 오신다. 역시 노히트 캐처는 모자 쓴 것부터 다르다. 말년 병장이 따로 없네”라며 웃었다. 실제로 당시 양의지는 모자를 머리에 반 만 걸친 상태로 느긋한 걸음으로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현역 시절 수많은 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우승도 경험했던 김태형 감독이지만, 노히트노런 투수의 파트너가 된 양의지는 사뭇 부러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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