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황재균(28)은 평소 사구를 많이 맞는 선수는 아니다. 작년에는 128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단 3개만 맞았다. 그런데 12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는 한 경기에 2개, 그것도 연타석으로 맞았다. 게다가 모두 고의성이 짙은 공들이었다.
12일 경기에서 롯데 선수들이 기록한 몸에 맞는 공은 모두 4개. 황재균이 2개, 정훈이 2개 나란히 맞았다. 황재균은 4회 김민우, 5회 이동걸에게 맞았고 정훈은 1회 미치 탈보트, 5회 이동걸에게 맞았다. 둘 다 2개씩 맞았지만 황재균과 정훈은 달랐다. 정훈은 투수 제구가 제대로 안 돼서 맞은 것이었고, 황재균은 그렇지 않았다.
타자는 맞는 순간 고의인지 실수인지 대번에 안다. 황재균이 4회 김민우에게 맞고 흥분했던 건 아파서가 아니라 고의인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황재균이 맞는 순간 롯데 더그아웃에서는 ‘김민우 릴리스포인트가 포수 미트가 아니라 황재균 머리 쪽이었다’고 직감했다. 황재균도 그래서 1루로 걸어 나가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한화 1루수 김태균이 다독여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타석인 5회, 황재균은 이동걸에게 맞았다. 1구와 2구 모두 황재균 몸쪽으로 날아왔다. 모두 피했지만 3구는 황재균의 엉덩이 쪽으로 향했고 결국 또 맞고 말았다. 이때 황재균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마운드 위로 걸어갔고, 양쪽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기 후 만난 황재균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내가 언제 사구 맞았다고 화낸 걸 본 적이 있는가. (4회 김민우때는) 공이 얼굴 쪽으로 날아와서 순간적으로 정말 화가 났다. 5회에는 (이동걸이 빈볼) 사인이 나온 거 같은데 계속 못 맞추더라. 1구, 2구 모두 빗나가서 아예 3구째에는 내가 맞으려고 (배터박스) 앞으로 나갔다. 엉덩이에 맞았는데 그냥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10일 양 팀의 1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8-2로 앞서가던 6회 황재균이 2루타를 치고 나가자 희생번트 작전을 썼지만 실패했다. 2사 3루에서 황재균은 기어이 3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주장인 최준석과 김태균은 이를 놓고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12일 경기, 황재균은 7-0으로 앞선 1회 1루에서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이 장면이 한화 벤치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종운 감독은 경기 후 “1차전에도 우리는 거의 질 뻔했다. 지금 프로야구에서 5~6점은 금방 나온다. 우리가 8회, 9회에 그렇게 (도루를) 했으면 모를까 6회였다. 게다가 오늘은 1회 아니었나. 황재균은 이기려고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와 김성근 감독 사이에는 묵은 악연이 있다. 롯데와 한화는 올해 첫 만남부터 다시 한 번 악연을 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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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