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했다. 하지만 적장이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축구를 펼쳤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건 당연했다.
패배를 좋아할 감독과 선수, 팬들은 없다. 하지만 패배를 해도 아쉽지 않은 경기가 있다. 광주에 그런 경기가 12일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전북 현대와 홈경기였다. 광주는 2-3으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관중들을 짜릿하게 만드는 신나는 축구를 펼쳤다.
사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경기 전부터 광주를 많이 경계했다. 빈즈엉(베트남)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보다 광주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최 감독은 "광주는 조직력과 수비 전환이 매우 좋은 팀이다. 꾸준히 잘하는 팀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경계했다.

예상대로였다. 광주는 경기 초반부터 전북을 흔들었다. 정확하고 빠른 패스와 좁은 공간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플레이는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공격진을 지닌 전북을 상대하면서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게다가 전반 21분에는 조용태가 선제골을 넣어 전북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북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시즌 전북이 상대한 성남 FC, FC 서울, 인천 유나이티드가 그랬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포항 스틸러스만이 맞불을 놓았다. 그런 만큼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광주가 초반부터 전북에 맞대응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승리는 놓쳤다. 광주는 수비진의 실수로 연속골을 허용해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과정은 칭찬 받아 마땅했다. 광주는 1-3으로 몰린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밀어 붙여 후반 45분 2-3을 만들었다. 경기 종료 직전 경기장을 떠나던 팬들은 발을 멈추고 박수를 보냈다. 최강희 감독도 "예상했던대로 광주의 조직력, 팀 완성도가 높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광주 남기일 감독은 "전북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매우 강하고 우승을 다투는 팀이라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추격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 "다음 전북과 경기서 어떻게 나설 것인지는 가봐야 알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늘처럼 똑같이 해보고 싶다. 붙어보고 깨져야 팀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섬이 없는 축구를 계속 펼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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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