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즌 첫 벤치 클리어링은 12일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벌였다. 두 팀의 시즌 3차전 5회말 롯데 공격에서 롯데 내야수 황재균이 한화 투수 이동걸의 투구에 엉덩이 부근을 맞았다. 황재균이 마운드 쪽으로 걸어 나가자 양 팀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추가적인 충돌은 없었고, 김성철 구심은 이동걸을 빈볼로 퇴장시키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황재균이 이날 맞은 사구 2개는 모두 고의성이 다분했다. 때문에 김성철 구심도 이동걸에게 곧바로 퇴장을 내릴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잠시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 후 이종운 감독은 “(4회에) 처음 재균이가 맞았을 때 구심에게 ‘일부러 맞혔으니 (한화 벤치에) 경고라도 해 달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또 재균이를 맞힌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우리가 정말 더티 플레이를 했으면 맞아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재균이는 열심히 한 것밖에 더 있느냐”고 말했다.
타자 몸을 고의로 맞히는 속칭 '빈볼'은 보통 세 가지 경로로 나온다. 하나는 벤치 사인, 다른 하나는 고참급 선수의 지시, 마지막은 투수의 독단적인 행동이다. 이날 빈볼은 세 번째 케이스는 해당되지 않는다. 신인투수 김민우, 그리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이동걸이 감정조절을 못해 타자를 맞힐 이유가 없다. 그러면 벤치 사인 혹은 선수단의 지시뿐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이 직접 (빈볼) 지시를 내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권한이 강한 팀이다. 선수단 장악능력은 원래부터 정평이 나있다. 감독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선수단에서 독단적으로 빈볼이 나왔을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빈볼이 나와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이날처럼 선수가 퇴장당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선수가 퇴장당하면 KBO의 출전정지 징계를 피하기 힘든데, 선수단에서 엔트리 운영을 뒤흔드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벌일 수는 없다.
황재균이 두 번째로 맞았던 5회를 복기해보자. 4회 김민우는 1구에 황재균을 맞혔지만, 이동걸은 1구와 2구 모두 몸쪽으로 바짝 붙였지만 빗나갔다. 포수는 아예 황재균 몸쪽으로 붙어 앉았다. 만약 이 장면이 감독의 생각과는 다른 돌발 상황이었다면 얼마든지 중단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화 벤치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사건은 벌어지고 말았다.
빈볼사건이 나와도 감독은 이를 지시했다고 쉽게 시인할 수 없다. 이유는 KBO 리그규정에 있다. 벌칙내규 ‘감독, 코치, 선수’ 5항에는 ‘감독 또는 코치가 선수의 빈볼투구와 관련 지시 및 행위를 방조하였다고 간주되었을 때 제재 : 경고,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장정지 10경기 이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자인하는 순간 KBO의 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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