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이동걸(32)은 1군에서 입지가 단단한 투수는 아니다.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 2013년까지 뛰다가 작년 2차 드래프트 1번으로 한화 지명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군 통산성적은 23경기 1패 1홀드 40⅓이닝 평균자책점 5.36, 가장 많이 나온 것도 작년 8경기에서 20이닝을 소화한 것이었다.
이동걸은 11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외야수 나이저 모건과 우완투수 윤규진이 1군에서 말소되면서 자리가 생겼고, 김기현과 함께 나란히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 좋은 구위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1군에서 발휘하지 못했던 이동걸은 여전히 기대주로 꼽히는 선수다.
그런데 이동걸은 올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1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동걸은 5회말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김성철 구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앞서 1구와 2구 모두 명백하게 타자 몸을 노리는 투구였기 때문에 김성철 구심은 고의적인 투구로 판단해 퇴장 처분했다. 그 순간, 이동걸은 굳은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동걸의 속칭 ‘빈볼’은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이제 막 1군에 올라와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던 선수가 돌발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지시를 받고 던졌을 뿐이다. 그게 누구의 지시였든지 간에 이동걸은 퇴장을 당했다. 황재균에게 공을 던지면서도 난감해하는 표정은 TV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KBO 벌칙이다. 보통 빈볼이 나오면 KBO는 벌금과 함께 출장정지 처분을 내린다. 벌금이야 팀에서 대신 내줄 수 있지만 문제는 출장정지다. 과거 사례를 비추어보면 빈볼로 퇴장을 당하면 5~8경기 정도 출장정지를 받았다. KBO 규정은 10경기 이하 출장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출장정지는 1군에 등록된 경기 수만큼 삭감된다. 이동걸이 만약 출장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계속해서 1군에서 던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1군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만약 핵심선수가 이와 같은 처분을 받았다면 최대한 빨리 활용하기 위해서 1군 엔트리 한 자리 손해를 감수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투수가 부족한 한화 마운드 사정을 감안하면 이동걸은 1군 잔류를 장담하기 힘들다. 중간에 한화 마운드에 여유가 생긴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9월 확장엔트리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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