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스토브리그 최고의 화제 팀이었던 한화가 시즌 개막 후에도 '이슈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시즌이 개막한 2주 동안 한화는 드라마같은 경기를 반복하며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데요. 오죽하면 냉철하기로 소문 난 김성근 감독마저 크게 기뻐하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될 정도지요. 상당수 야구인들은 "예전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비쳐지고 있다. 그만큼 김성근 감독도 마음이 급하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걱정스러워하기도 합니다.
개막 2주 12경기를 치른 한화의 성적은 5승7패로 5할 승률에 2경기가 모자랍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5할 승률의 벽을 실감하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해 12경기 4승8패보다는 1승 더 많습니다. 부상선수들의 공백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지만, 4월 초반 승부를 중시하는 김성근 감독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한화의 마운드 총력전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요. 1선발 미치 탈보트는 3경기 연속 4일 휴식 후 선발이라는 강행군을 소화했고, 송은범·유창식·안영명은 선발·구원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치렀습니다. 핵심 불펜 권혁도 시즌 첫 10경기 중 8경기에 나와 10이닝을 던졌죠. 마무리 윤규진도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습니다. 현장의 야구인들은 "벌써 이렇게 하면 투수들에게 무리가 갈 수 있다"며 한화를 걱정합니다.

사실 이상할 정도로 거의 매경기 타이트한 승부가 치러지는 바람에 마운드 총력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죠. 김성근 감독은 "타이트한 경기가 너무 많다. 버리고 갈 경기가 안 나온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지금은 힘들지만 이것만 버텨내면 선수들도 올라올 것이다"며 팀이 강해지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총력전으로 투수들을 물량으로 쏟아 붓다 보니 경기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한화의 9이닝 기준 경기시간은 3시간36분으로 전체 평균보다 20분 더 깁니다. 3차례 연장전 경기를 포함하면 무려 3시간48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4.5명의 구원투수를 투입하며 초박빙 경기를 치르다 보니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두고 "한화가 리그의 스피드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한화 경기는 시청률이 나온다"는 즐거운 반응입니다.
특히 지난주는 그야말로 다사다난이었습니다. LG와 주중 3연전은 모두 1점차 승부로 치러지며 진땀을 뺐지만, 두 번의 끝내기 승리가 있었습니다.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적생 이성열은 첫 경기부터 역전 홈런을 쳤죠. 그러나 롯데와 주말 3연전 첫 경기는 6점차를 뒤집었다 연장 11회 끝내기 투런 홈런을 맞으며 충격의 역전패했죠. 마지막 날에는 이동걸이 황재균에게 사구를 던지고 퇴장을 당해 빈볼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습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의 강경한 코멘트에 김성근 감독도 적잖게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부담은 결국 김성근 감독이 안고 가야 합니다. 김 감독은 "한화에 와서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것인데요, 정상적인 야구로는 지난 6년간 5번 최하위한 팀을 살려낼 수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김 감독은 "굳이 모양을 갖추려고 할 필요 없다. 팀마다 사정이 있다. 그에 맞춰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상식으로 되지 않는다면 비상식으로 해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연일 강도 높은 경기와 상대 표적이 되는 사건으로 인해 팀 내부적으로는 피로도가 꽤 쌓인 모습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씩 돌아온다는 것인데요. 이번 주 정근우·이태양·한상훈의 복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즌 초반 연일 이슈메이커가 돼 논란의 중심에 선 한화, 부상 선수들이 돌아올 이번 주에도 스포트라이트는 그들을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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