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기자 메일] 이종운 감독, 진짜 외유내강은 이런 거네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4.13 13: 00

작년 11월, 이종운 감독이 처음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이 되었을 때 많은 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셨을 겁니다. 일단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지도자로서 어떤 철학을 갖고 팀을 이끌어갈지 미지수이기도 했고요.
이 감독이 롯데에 복귀한 건 2014년 이었습니다. 2군에서 코치를 하다가 후반기에야 1군에 올라왔죠. 롯데 선수들과 지낸 건 얼마 안 됐지만 빠른 속도로 선수들의 마음을 잡았습니다. 덕분에 스프링캠프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좋은 분위기로 마칠 수 있었죠. 이때 이 감독을 두고 선수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 바로 외유내강 입니다.
이 감독은 평소 몸가짐이나 말투 모두 신사적입니다. 그렇지만 그 뒤에는 지도자로서 필요한 냉정한 판단력과 강단을 갖고 있죠.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사건이 이번 한화와의 3연전이 아닐까 싶네요.

한화 김성근 감독, 지금 프로야구 감독 중 가장 연배가 높습니다. 그래서 야구계에 후배도 많고, 인연도 깊죠. 이 감독은 김 감독과 별다른 인연이 있진 않지만 경기 전 인사를 하기 위해 10일 경기 플레이볼 1시간 전까지 더그아웃에서 김 감독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김 감독은 경기시작 30분 전에야 더그아웃에 나왔고, 기다리던 이 감독도 경기준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했죠.
이 작은 에피소드는 작은 불씨에 불과했습니다. 실은 2차전을 앞두고 이 감독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는데요. 앞서 1차전에서 롯데는 6점차 6회에 번트 시도를 했고, 황재균이 도루까지 했습니다. 이를 두고 경기 중 한화 쪽에서 선수협 합의사항을 들어 볼멘소리를 했고, 이 감독은 "작전은 감독 고유권한이다. 그리고 어제 우리는 까딱하면 질 뻔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냐"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였다면 양 팀 벤치의 신경전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겠죠. 그렇지만 12일 3차전, 빈볼사태로 갈등은 폭발합니다. 황재균은 두 번이나 빈볼을 맞았습니다. 김민우에게 맞은 빈볼은 얼굴에 가까운 쪽이라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뻔했죠. 그리고 경기 후, 이 감독은 "우리 선수가 다치면 두 배로 갚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읽으셨을 그 인터뷰입니다.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 감독은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모든 건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12일 경기가 끝난 뒤 이 감독을 기자실에서 만났습니다. 이 감독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다른 것보다 우리 선수가 다칠 뻔한게 가장 화가 난다. (1차전 번트 시비는) 연장자라 예우를 했고 그냥 넘어갔다. 그렇지만 오늘은 우리 선수들이 큰일이 날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감독은 "김태균을 빼니까 더 화가 나더라. 나도 곧바로 (빈볼을) 지시하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말려서 겨우 참았다.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어서 우리 선수가 다친다면 두 배로 갚을 것이다. 야구로 붙자"고 도전장을 내밀었죠.
과연 우리나라 감독 가운데 누가 김 감독에게 이런 직격탄을 날릴 수 있을까요. 이 감독, 선수나 구단 직원들에게는 부드러운 남자지만 '우리 선수들'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롯데 선수는 이종운 감독의 기사를 보고 이런 문자를 보내 왔습니다. "감독님 기사 잘 봤어요. 우리도 마음에 맺힌 게 많았는데, 저렇게까지 말씀 해주시니 마음이 풀리네요. 한화 선수들과는 감정 없어요. 선수들은 따로 말이 없어도 잘 알거든요."
롯데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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