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기자 메일] 넥센, 불안한 상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4.13 13: 00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주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었기보다는 그 상대였습니다.
넥센은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유네스키 마야에게 9이닝 노히트 노런 기록을 달성하게 해주며 0-1으로 졌습니다. 이어 11일 목동 kt전에서는 4-6으로 패배, kt의 창단 첫 승을 현실로 만들어줬고 12일 kt의 창단 첫 위닝시리즈의 상대가 됐습니다. 여기에 8일 트레이드로 한화에 간 이성열은 9일 바로 홈런까지 치며 활약했죠. 자꾸 결과가 불안한 상상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마음이 아픈 한 주였습니다. 9일 노히트 노런보다 더 뼈아팠던 것이 9회 1루로 질주하던 서건창의 후방 십자인대 부분 파열 부상이었습니다. 서건창은 다행히도 전체 파열이라는 일부 검진 결과를 뒤로 하고 3개월 재활 판정을 받았죠. 그래도 팀 전력에서 비중이 큰 서건창이 3개월 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큰 손실입니다.

요즘 넥센 경기를 보기 위해 기자실에 앉아 전광판을 바라보면 담당기자인 저도 새삼 놀랍니다. 지난해에 쓰여있던 라인업과는 사뭇 다른 선수들이 전광판 속 타순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서건창,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이 없는 라인업은 생소할 정도입니다. 선수들 역시 그런 타순이 낯설기 때문일까요. 범타를 친 뒤 축쳐진 어깨로 더그아웃에 돌아가는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자주 보입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1일 "서건창이 없다고 해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우리 이제 잘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당연히 서건창이 없으면 다른 선수가 들어가고 물흐르듯 팀은 흘러가야 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위기 의식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위기는 다른 이에게는 기회라는 말이 이때만큼 넥센에 잘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서건창의 빈 자리를 채울 김지수, 서동욱, 김민성의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는 윤석민,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김하성, 4·5선발로 발탁된 문성현, 김대우 등 자신의 역할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선수들의 악착 같은 모습이 필요합니다.
넥센은 지난주 '승패패승패패'를 기록했습니다. 2번의 승리에서 넥센은 27안타를 터뜨렸고, 선발 한현희가 14탈삼진쇼를 펼치는 등 능력을 한껏 보여줬지만 그것을 흐름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지금 넥센에 필요한 것이 바로 힘들다는 위기 의식을 해보자는 의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흐름입니다. 선수들은 이 위기를 하나로 뭉쳐 이겨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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