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럽디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삼성 라이온즈 걱정이라고요.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가 일본 무대로 떠났고 배영수와 권혁이 한화로 이적했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지만 이들의 공백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삼성의 저력 아닐까요.
삼성은 13일까지 9승 4패를 거두며 선두를 질주 중입니다. 슬로 스타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예년보다 일찍 제자리를 되찾았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 1등 너무 빠른 거 아니가. 갑자기 1등하네"라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죠. 삼성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마운드입니다. 팀 평균 자책점은 3.19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좋습니다.
특히 선발진의 힘은 단연 돋보입니다. 1일 수원 kt전부터 11일 대구 KIA전까지 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는 등 상승세를 주도했습니다. 선발 투수의 평가 잣대인 퀄리티 스타트도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선발진이 정상 가동되니 마운드 운용에 이렇다할 어려움이 없답니다.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와 타일러 클로이드도 안정적인 투구로 벤치의 기대에 보답했습니다.

계투진 역시 마찬가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4년간 총액 6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안지만은 홀드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뒷문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임창용도 '창용불패'의 이미지를 되찾았고요. 7회까지 리드를 지키면 8회 안지만, 9회 임창용이 확실히 막아주니 이 얼마나 든든한가요.
좌완 박근홍의 성장도 두드러집니다. 13일까지 7차례 등판을 통해 1승 2홀드를 거뒀습니다. 평균 자책점은 0.00. 차우찬이 선발진에 합류한 뒤 계투진 약화를 우려했던 류중일 감독은 박근홍만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신용운도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올 시즌 필승조의 한 축을 맡을 예정인 심창민과 김현우가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삼성 계투진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춤했던 방망이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박한이와 박석민도 타격감을 되찾아 평소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채태인 대신 주전 1루수로 활약 중인 '샛별' 구자욱은 타율 2할6푼8리(41타수 11안타) 3홈런 8타점으로 순항 중입니다. 구단 내부에서는 구자욱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네요. 구자욱을 향한 끊임없는 스포트라이트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구단 내부에서는 구자욱의 언론 보도 비중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삼성의 순항은 계속 될 전망입니다. 류중일 감독은 "야구라는 게 어찌 보면 간단하다. 투수가 잘 던지고 타자가 잘 치고 수비가 잘 하면 이긴다"고 웃었습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을 만큼 정상 가동 중이지만 감독 욕심이란 게 끝이 없네요. 2011년 사령탑 부임 직후 늘 같은 자리(1위)만 지켰던 류중일 감독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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