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의 창단 첫 승, 그리고 첫 위닝시리즈 뒤에는 불펜 투수 장시환의 강속구가 있었다.
kt는 지난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6-4 승리를 거두며 개막 11연패 끝에 창단 첫 승을 거뒀고 다음날에는 5-3으로 이기며 위닝시리즈를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둘다 쉽지 않았던 승리였다. 연패 속 압박감을 떨쳐내야 했고 12일에는 선발이 3이닝 만에 내려갔다.
장시환은 두 경기에서 모두 존재감을 보여주며 호투했다. 그는 11일에는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의 뒤를 이어 8회 등판해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9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계주자 실점하긴 했지만 안정된 제구력으로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장시환은 12일 체력 보호 차 선발 박세웅이 일찍 교체된 마운드에 큰 힘이 됐다. 6회 2사 1루에 마운드에 올라 9회말까지 안타, 볼넷 없이 삼진 3개를 잡으며 팀의 2점차 승리를 지키고 창단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최고구속 148km 직구를 앞세운 그는 35개를 던지며 공격적인 피칭으로 넥센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공교롭게도 친정팀을 만난 그였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장시환은 2006년 태국 마무리 훈련에 합류해 153km 직구를 던지며 고졸 강속구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제구력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하지 못한 그는 약 8년의 시간을 유망주로 지내야 했고 지난해 말 20인 보호선수 외 지명을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그는 "10억 어치 역할을 해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2일 만난 장시환은 "스프링캠프에서 다른 생각은 안했다. 지금까지는 공을 던질 때 '볼을 던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캠프에서 감독님도 저한테 '세게 던지겠다는 생각만 하라'고 말씀하셨다. 전 불펜 투수니까 강속구 하나로도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구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겨우내 다른 것보다 밸런스를 가다듬었다. 그는 "예전에는 힘으로만 공을 던졌다면 하체 밸런스를 잡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이제는 하체가 고정돼다 보니 릴리스 포인트가 전보다 안정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누구나 유혹될 만한 150km 토종 파이어볼러. 그러나 장점을 가릴 만한 단점에 발목잡혀 있던 장시환은 새 팀에서 새 각오로 공을 던지며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팀내 어린 투수들을 이끌며 마운드를 지켜야 할 그의 좋은 성장이 팀의 첫 걸음에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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