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K 선수단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것이 ‘5000만 원 공약’입니다. 주로 신진급 선수들의 이야기인데요. “연봉 5000만 원이 되면 김용희 감독님께 뭔가를 하겠다”라는 선수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이에 김용희 감독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더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김용희 감독은 2012년과 2013년 SK 퓨처스팀(2군) 감독을 지냈습니다. 2군 사정이 어려운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2군 선수들은 언제 야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1군에 대한 기약이 없다면 더 그렇습니다. 때문에 2군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기술적인 향상은 물론 이렇게 흔들리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것도 하나의 임무입니다. 그리고 김용희 감독은 그런 임무를 잘했던 지도자로 구단 내부에서 평판이 높습니다.
5000만 원의 에피소드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자 김용희 감독이 사비를 털어 선수들에게 종종 밥을 사줬다고 합니다. 일부러 선수들과 겸상을 하지 않는 지도자들도 많은데 김용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던 셈이지요. 그렇게 밥을 같이 먹으면서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너희들이 돈이 없으니 내가 밥을 사지만, 너희들 연봉이 1억 원이 되면 그땐 너희들이 밥값을 내라”라고 말입니다.

그 때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 중 지금은 1군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1억 원의 기준은 슬그머니 5000만 원으로 내려갔지요. 김용희 감독은 “왜 5000만 원으로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밥을 1000만 원 어치 먹을 텐데 연봉 5000만 원으로 누구 입에 붙이겠는가”라고 웃습니다. 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활약이겠지요. 그래도 제자들의 마음씨에 내색 흐뭇한 표정은 숨길 수 없습니다.
감독의 리더십을 딱 하나로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김용희 감독의 경우는 덕장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2군 시절 같이 했던 선수들뿐만 아니라 1군에서 부진해 잠시 2군에 내려갔다 왔던 선수들도 “2군에 한 번 갔다오면 힐링이 된 것 같았다”라고 당시 김용희 감독을 기억합니다. 지도자에 대한 선수단의 신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첫 출발은 좋은 셈입니다.
지금도 김용희 감독은 지방 원정길에 내려갈 때는 선수단 버스를 탑니다. 보통 감독을 위한 차량과 개인기사들이 따로 있는데 김용희 감독은 굳이 자리가 불편할 수 있는 선수단 버스를 고집합니다.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법한 환경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답니다. 한 선수는 “오히려 감독님과 하나 되는 느낌이 들어 괜찮은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요즘 SK 선수단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표정들이 밝습니다. 성적도 어느 정도 따라옵니다. 그럴수록 분위기는 더 밝아집니다. 선수단 내부 사정에 대해 속속 알 수는 없지만 모처럼 선수단에 활기가 돈다는 것 정도는 체감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이뤄진 선수단은 하나의 생명체나 마찬가지입니다. 분위기가 처질 때도 있고, 또 확 올라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없던 힘도 나고, 뒤진 경기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감독 한 명이 모든 분위기를 바꿨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지도자 선임이 중요하다라는 것을 요즘 들어 느끼곤 합니다. 앞으로 고비가 몇 번이곤 찾아오겠지만 이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밑천은 마련한 것 같은 S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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