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김대우와 하준호 중에 누구를 2군으로 내릴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대우가 하도 안 맞아서 자신감을 잃어 2군에 보내려고 했는데 기회를 마지막으로 줬더니 만루홈런으로 보답하네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대우(31)는 시범경기 홈런 3개로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정규시즌에서는 타격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5일 잠실 두산전부터 10일 사직 한화전까지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는데, 이 기간동안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삼진만 9개를 당했다.
시즌이 10경기를 넘어가며 타격이 부족한 선수들은 속속 2군으로 향했지만, 김대우는 여전히 1군에 머물러 있었다. 1루 수비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주전 1루수 박종윤이 개막전 부상으로 빠지면서 롯데는 1루수가 부족하다. 최준석은 무릎 때문에 팀에서 가급적 수비를 나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1루 소화가 가능한 나머지 자원은 김대우와 오승택, 장성우, 김민하 정도다.

덕분에 1루수로 출전할 수 있었던 김대우지만 입지는 불안했다. 워낙 안 맞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컨택에 집중하기 위해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놓는 방식으로 타격을 바꿨는데, 생각이 많다 보니 실전에 들어가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고전하던 김대우가 활로를 찾은 건 12일 사직 한화전.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1회 상대 선발 미치 탈보트를 상대로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기분 좋게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롯데는 이날 15-3으로 승리를 거둔 가운데 양 팀 벤치 클리어링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지만 김대우의 활약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기 후 이종운 감독은 "오늘 대우가 1회에 홈런을 쳐 주면서 우리 쪽으로 승기가 왔다"면서 "2군으로 내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시범경기 때 마침 탈보트에게 홈런이 있어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기회를 줬다. 이런 기회를 살리는 것도 본인 능력"이라고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직과 상동의 기로에서 살아 난 김대우는 "삼성전 내내 부진하여 마음이 무거웠는데 홈런으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오늘 팀 승리에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 의미있다. 앞으로 경기장을 찾아오신 팬들께 더 좋은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만루홈런에 3안타를 몰아 친 김대우지만 1군 잔류를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짐 아두치가 14일 엔트리 복귀 예정인데, 외야수에 1루수 수비까지 가능한 자원이다. 김대우가 1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 번 잡은 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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