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 1위’ 윤길현, 전천후 불펜 가치 빛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4 05: 57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보직이었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가니 어느덧 가장 먼저 달리고 있다. 구원 부문 중간 순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길현(32, SK)의 이야기다. 이미 리그 정상급 계투 요원으로 검증된 윤길현이 이제는 마무리 보직도 능히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윤길현은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팀이 11-8로 쫓긴 9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5세이브로 리그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지난주에만 4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살렸다. 7일 인천 kt전에서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그 고비를 넘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8일 kt전, 10일 NC전, 12일 NC전까지 세 경기에서는 피안타나 볼넷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점점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윤길현은 통산 15세이브를 기록 중이었다. 지난해 후반기 마무리로 보직을 바꿔 7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주로 7·8회에 나서는 필승조 임무를 수행했다. 전업 마무리는 올 시즌이 처음이다. 필승조 요원과 마무리의 심리적 압박감이 또 다른 만큼 걱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기우였다.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1.35, 피안타율은 1할7푼4리에 불과하다. 마무리 수난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리그 최정상급 성적이다.

초반 순항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윤길현은 “잘 모르겠다. 그냥 던지고 있다. 어쩌다보니 세이브가 5개다. 1점차 승부가 계속돼 불펜에서 내내 대기하다보니 중간계투 요원으로 뛰고 있는 것 같다”고 멋쩍은 반응을 보였다. 특별히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쉬운 길은 아니었다. 7일 kt전이 고비였다. 만루 기회를 내주고 패전 위기까지 몰렸다. 윤길현은 끝내 팀 승리를 지켜냈고 이는 시즌 초반 으레 찾아올 수 있는 고비를 효율적으로 넘기는 계기가 됐다. 윤길현도 “그 고비를 넘긴 것이 엄청나게 컸다. 그 때 무너졌다면 계속 블론세이브를 했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당시 고전에서 깨달음을 얻은 윤길현은 적극적인 승부로 효율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새 구종까지 장착하며 힘을 내고 있다. 윤길현은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 그리고 전매특허인 슬라이더를 주로 활용하는 투수다. 공끝이나 제구나 두 구종은 리그 정상급으로 인정받는다. 여기에 커브를 첨가했다. 실제 10일 마산 NC전에서는 왼손 세 타자(김종호 나성범 테임즈)를 모두 커브로 범타 유도하기도 했다. ‘슬라이더’만 생각했던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회심의 무기였다.
준비의 산물이다. 윤길현은 “마무리 자리로 가다보니 아무래도 구종 두 개로는 힘들더라”라면서 “전지훈련 때 커브를 많이 연습했다. 체인지업에 공을 들였는데 조금 힘들 것 같아서 커브라도 완벽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떠올렸다. 체인지업도 계속 연습하면서 장착 타이밍을 잡고 있다는 것이 윤길현의 설명이다.
초반 고비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는 윤길현 덕에 SK 불펜도 한숨을 돌리고 있다. 정우람과 짝을 이뤄 리그 최고의 불펜 원투펀치로 발돋움할 기세다. 아직 박정배 박희수가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한 만큼 윤길현이 든든하게 버텨줘야 모든 구상이 이뤄질 수 있다. 김용희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우람 마무리론에도 “4월은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정우람의 컨디션도 봐야겠지만 윤길현이 지금처럼 던져준다면 굳이 마무리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면도 성숙해졌다. 정신적인 압박감이 큰 보직이지만 앞만 보고 가겠다는 의지다. 윤길현은 “시즌을 치르다보면 블론세이브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이겨나가겠다”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윤길현은 이미 필승조 요원으로는 충분히 검증이 된 선수다. 여기에 마무리까지 능히 소화할 수 있는 구위와 배짱을 과시한다면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는 윤길현의 가치도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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