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커브’ 켈리, 높아지는 성공 가능성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4 13: 00

SK의 새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7)가 베일을 벗었다. 현재까지는 좋은 페이스로 순항하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여러 장점이 보이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켈리의 ‘커브’에 주목하고 있다. 켈리의 성공 가능성을 대변하는 구종일 수도 있다.
켈리는 지난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비록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 요건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 팀 내 선발투수 중 가장 먼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챙긴 선수가 됐다. 등판 일정이 잡힐 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데뷔가 늦었던 켈리는 이날 좋은 투구로 가능성을 높였다.
“오히려 밴와트보다 더 좋아 보인다”라는 경기 전 조범현 kt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켈리는 이날 최고 149㎞의 빠른 공과 더불어 체인지업·컷패스트볼·커브 등을 고루 던지며 kt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포심의 비중이 47%, 커터가 22%, 체인지업이 18%, 커브가 13%였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다른 구종보다 가장 구사 비율이 적었던 커브였다.

SK는 켈리와 계약할 당시 빠른 공은 물론 체인지업의 위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 켈리는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뛸 당시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던졌다. 여기에 커브는 부가설명이었다.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제구력이 있다”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커브가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3~130㎞에 형성된 커브는 일반적인 커브에 비해 더 빠른 구속에서 떨어지며 무수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실제 켈리의 이날 커브 구사는 총 13개였다. 그 중 11개가 스트라이크 혹은 파울이었다. 여기에 결정구로도 활용해 커브로만 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타자 무릎 쪽에서 형성되는 빠른 공, 좌타자 바깥으로 도망가는 체인지업, 그리고 낙폭이 큰 커브까지 두루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면 타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켈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여기에 요새 KBO 리그에는 커브를 제대로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궤적은 익숙해도 이런 커브 궤적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김원형 투수코치는 경기 후 “커브는 변화구 중 제대로 구사하기가 가장 어려운 구종”이라면서 “커브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으면 분명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타자들은 초구 커브를 노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여기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고 승부할 수 있다. 가능성을 확인한 켈리는 14일 인천 넥센전에서 다시 한 번 눈도장 확인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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