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3연전을 보낸 윤명준(26, 두산 베어스)이 시련 속에서 더 강력한 '진짜 마무리'로 성장할까.
윤명준에게 LG와의 지난 주말 잠실 3연전은 악몽과도 같았다. 이전 4경기에서 4이닝 동안 볼넷과 몸에 맞는 볼 허용 없이 단 2피안타 무실점 호투하며 2세이브를 수확했지만, LG와의 3경기에는 3번 모두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3개밖에 잡지 못한 가운데 무려 5실점했다. 안타도 좀처럼 맞지 않았지만, 이 3연전 기간에는 홈런도 2개나 얻어맞았다.
3경기 중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것이 2경기였는데 두 번 모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그 중 12일에는 이진영의 역전 끝내기 투런홈런에 패전을 기록했다. 이병규(9번)에게 역전 3점홈런을 내줬던 10일에는 자신이 등판하기 전에 주자를 내보냈던 김강률이 패전 기록을 가져갔지만, 역전을 허락한 것은 윤명준이었다. 팀이 승리한 11일에도 1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흔들렸다.

윤명준의 부진은 다른 불펜 투수들의 부진과 겹쳤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셋업맨 낙점을 받았던 좌완 함덕주가 평균자책점 20.25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우완 셋업맨 김강률도 최근 등판 기록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재우(3.12), 김강률(4.76), 이현호(4.91)를 제외한 모든 불펜투수가 평균자책점 9.00 이상으로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윤명준의 평균자책점도 9.00으로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윤명준을 마무리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다른 대안이 없기도 하거니와 윤명준이 다른 어떤 투수보다 현재 두산 마운드에서는 마무리에 어울리는 정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복잡하지 않다. 나쁜 것이나 좋은 것이나 빨리 잊는다”는 것이 선수 본인이 소개한 자신의 성격이다.
긴박했던 2013 포스트시즌을 돌아보면서도 “그땐 처음이라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던졌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윤명준이다. 앞으로 경기 결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노경은이 돌아와 불펜에 안착하기 전까지는 윤명준이 마무리로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컨디션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윤명준은 지난해 61경기에서 71⅔이닝을 던졌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날에도 몸을 풀었다가 들어간 경기가 많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 적은 거의 없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무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무리를 하면 이닝 수도 줄고, 출전 상황도 이기는 흐름으로 한정되기에 몸도 전보다 자주 풀지 않는다. 올해 실전 등판이 늦어졌던 윤명준에게는 몸 관리 측면에서도 마무리가 낫다.
김태형 감독 역시 특별히 불펜 필승조에 변화를 줄 계획은 당분간 없다. 4연패에 빠졌을 때나 현재나 “지금 있는 투수들이 잘 해줘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변함없는 의견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무리 윤명준이 있다. 연속된 실패는 좌절을 주지만, 윤명준처럼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투수에게는 성장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짧은 기간 두 번의 깊은 시련을 경험한 윤명준이 더 강한 마무리의 모습으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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