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빈볼 논란, 잃은 게 너무 많다.
한화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3-15로 크게 패했는데 이 경기에서 벌어진 빈볼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4~5회 롯데 황재균에게 반복적으로 위협구를 던졌고, 결국 5회 이동걸이 3번의 몸쪽 승부로 기어이 그를 맞혔기 때문이다. 이동걸은 퇴장을 당했고, 한화는 1승보다도 더 큰 민심을 잃고 말았다.
야구에서 빈볼은 승부의 일부라고 한다. 불문율을 지키지 않을 때 상대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로 야구에서는 질서 유지를 위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리그에서는 빈볼 논란에 한두번씩 일어난다. 이런저런 말보다는 그라운드 안에서 해결하면 끝이었다. 그것이 야구의 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케이스가 조금 다르다. 보통의 빈볼 논란과 다르게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첫 번째로 황재균을 맞혔던 4회 한 번이면 메시지 전달은 분명했다. 하지만 5회에도 황재균에게 3번 연속 몸쪽으로 던져 맞혔다는 건 일반적으로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격분했다. 이날 경기 후 이 감독은 "남의 팀에 피해주면 자신의 팀에도 피해가 간다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재균이가 무슨 잘못인가? 열심히 하는 선수일 뿐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하지만 오늘 우리는 똑같이 할 가치가 없어서 참았다. 앞으로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한화와 김성근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성근 감독은 "빈볼은 벤치에서 사인 나올 일이 없다"며 벤치 지시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벤치에서 빈볼을 자제할 기회는 3번이나 있었다. 노골적으로 몸쪽 승부를 벌이는데 빈볼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일련의 상황은 감독이 책임을 안고 가야 할 상황이다. 빈볼 지시의 주체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며 한화는 내상을 입었다.
아울러 이종운 감독의 멘트는 선후배를 떠나 롯데의 감독으로서 전한 경고장이자 한화를 상대하는 나머지 감독들을 대표해서 총대를 멘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화를 만나는 팀들은 그냥 쉽게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처럼 한화를 두고 '공공의 적' 구도가 조성된 것이다. 다른 팀은 몰라도 한화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한화는 가장 귀한 팬심을 잃었다. 한화의 빈볼은 그 누가 보더라도 이해 불가였다. 납득할 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동안 한화는 야구를 못할지언정 다른 팀이나 팬들에게 미움 받는 팀은 아니었다. 올해도 개막 초반 연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이번 빈볼 논란 탓에 한화는 팬심마저 등 돌리게 했다. 잃은 게 너무 많은 빈볼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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