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모든 팀들이 외국인선수에게 선발투수진 두 자리와 상위타선 한 자리를 맡긴다.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따라 팀 전체 전력이 좌우된다. 때문에 많은 팀들이 외국인선수 영입에 큰 투자를 한다. 국내선수 최고 몸값 이상을 제시하며 전력극대화를 꾀한다.
LG 트윈스도 지난 겨울 통 큰 투자를 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거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빅리그서 600경기 이상을 출장한 내야수 잭 한나한(35)과 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2012시즌 휴스턴 1선발 에이스였던 루카스 하렐(30)을 90만 달러에 영입했다. 한나한이 내야진을 견고하게 만들고, 공격에선 해결사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지난 2년 동안 부진했던 루카스는 2012시즌으로 되돌린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LG의 바람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종아리 통증을 호소한 한나한은 올해 단 한 번도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는 물론, 퓨처스리그 경기서도 제외됐다. 3월부터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재활 중인데 실전에 나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루카스는 올 시즌 3경기에 등판해 0승 2패 평균자책점 8.79로 고전하고 있다. 첫 두 경기에선 순간적으로 투구밸런스가 무너지더니 볼넷 남발로 자멸했고,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선 3회초 집중타를 허용해 6이닝 5실점했다.

그래도 LG는 한나한과 루카스를 믿고 있다. 한나한에게 전담코치와 트레이너를 붙여 재활을 돕고, 늦더라도 한나한이 100% 컨디션이 됐을 때 1군에 올릴 계획이다. 지난주까지 한나한은 캐치볼 타격 수비 훈련 등 종아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기본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종아리가 완벽해지면 훈련 강도를 높이고, 퓨처스리그에 투입할 예정이다. 늦어도 5월에는 1군 무대서 볼 확률이 높다. 한나한을 전담하고 있는 LG 구단 관계자는 한나한이 4월 중으로는 퓨처스리그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현재 LG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격력이다. 경기당 평균 3.62점으로 이 부문 리그 9위다. 팀 타율은 2할7푼2리로 리그 3위인데 점수를 뽑는 능력이 부족하다. 한나한의 복귀가 절실한 이유다.
LG 주장 이진영은 한나한의 타격을 두고 “아직 실전을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 팀 베테랑 좌타자와 비슷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나한은 이천에서 간결하면서도 강한 스윙을 했다. 재활과정인 만큼, 리듬이나 타이밍이 좋지는 않았으나 타격 메카닉은 괜찮았다. 메이저리그에선 공격보다는 수비에 장점이 있었는데,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 투수 수준차이를 감안하면, 타격도 기대해볼 수 있다. 만일 타석에서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과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LG에는 천군만마가 된다.
루카스에게는 꾸준히 처방전을 내리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12일 루카스가 전날 두산전에서 3회초 집중타를 허용한 부분을 두고 “(투수는) 맞으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호흡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하다. 견제를 한다거나 투구 간격을 늘리거나 해야 하는데 루카스는 그렇지 않다”며 “벤치에서 끊어줄 수 있는 것도 한 번 뿐이다. 어제도 한 번에 연타를 맞았는데, 그럴 구위가 아닌데도 그런 문제가 있었다.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경기에 나가기 전에 알려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 감독은 “루카스가 슬라이드 스텝도 좋고, 전체적으로 괜찮다. 성격 자체가 위축되는 편은 아니다. 한 발 돌아간다는 느낌을 가져야 된다”고 희망을 전했다.
루카스는 구위만 놓고 보면, 부진을 이해할 수 없는 투수다. 포심과 싱커 커터로 손쉽게 땅볼을 유도할 수 있으며, 커브와 체인지업의 낙폭도 크다. 제구에 기복이 있지만, 제구력을 만회할 수 있는 구위를 지녔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LG 내부에서 루카스의 부진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양 감독은 지난해 코리 리오단을 전혀 다른 투수로 바꾼 경력이 있다. 루카스보다 구위가 떨어지고 루카스처럼 한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리오단을 원포인트레슨을 통해 1선발 에이스로 만들었다. LG로선 루카스에게도 양 감독의 처방전이 적중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13경기했다. 앞으로 131경기나 남았다. 양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한나한과 루카스도 코칭스태프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둘 다 한국무대서 성공하려는 욕심이 강하다. 태업을 논할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도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 길어야 두 달이다. 늦어도 5월에는 경쟁력을 증명해야한다. 190만 달러의 성패도 이때쯤이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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